" 깊고 그윽한 커피향 같은 새해를"

대도시로 성장하는 김해와 김해시민들 문화적 향기와 여유를 즐겼으면…
커피숍도 더 잘되고 태어날 아기도 건강하게 만나길 바라

"새해에는 김해가 온통 그윽한 커피 향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습니다."
 
김해시 삼계동에서 에스프레소 커피숍 '엔제리너스(Angel in Us)'를 운영하고 있는 조호보(42), 권혜은(35)씨. 지난해 5월 결혼한 늦깎이 신혼부부의 새해 소망은 향기로웠다.
 
조 씨 부부가 김해시를 커피 향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말한 것은 단지 사업 욕심 때문이 아니다. 조 씨는 "나도 김해 사람이지만 김해분들의 성정이 좀 급한 면이 있다"면서 "깊고 풍부한 커피 향을 우려내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김해 분들도 좀 여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하는 소망이다"고 말했다.
 
조 씨 부부는 커피만큼 김해를 사랑한다. 조 씨는 김해 주촌에서 태어난 토박이고 부인 권 씨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지만 11년 전 직장 때문에 김해 사람이 됐다. 삼계동에 신접살림까지 차리고 삶의 터전도 김해이다 보니 김해에 대한 애정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처음 가게를 들어섰을 때 느낀 조 씨의 인상 역시 단순한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가로만 보이지 않았다. 푸근한 외모 속에 이지적인 모습이 주머니 속에 든 송곳처럼 삐져나왔다.
 
조 씨는 "최근 불고 있는 드립 및 에스프레소 커피 열풍은 일시적으로 유행을 타는 소비문화로만 볼 수 없다"면서 "무엇이든 빨리빨리 조급하던 한국 사람들이 삶을 좀 더 느긋하고 풍요롭게 즐기려는 욕구를 에스프레소커피 전문점을 통해 충족시키고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급속하게 움직이던 산업화 시대에는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가 대세였다면 소득 수준이 높아져 한결 여유로워진 요즘에는 에스프레소나 드립 커피가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일본에서 학사와 석사까지 마친 엘리트다운 내공이었다.
 
조 씨는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면 와인처럼 이미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면서 "한적한 농촌에서 인구 5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커가는 과정에서 숨가쁘게 달려온 김해 분들에게 에스프레소 커피가 줄 수 있는 문화적 여유를 선물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실제로 조 씨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는 여느 커피숍과는 다른 점이 있다. 일단 공간이 300여㎡ 가량이나 돼 상당히 넓다. 소파식 의자와 원목 의자가 널찍널찍하게 편안하게 배치돼 있다. 손님 한 사람이라도 더 받으려고 빽빽하게 배치한 삭막한 커피숍과 달랐다. 마음 편히 오래 앉아 있어도 주인이 눈치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공간 배치에서 느껴진다.
 
조 씨는 "고향 손님들을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다. 깊은 맛의 커피와 편안함 때문인지 개업 1년만에 하루 손님이 400~500명 가량이나 다녀 간다"고 자랑했다.
 
조 씨는 또 "커피는 간단한 상식을 공부해가며 즐기면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 아메리카노, 라떼의 차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커피를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원두의 종류와 볶는 방법도 수 천 가지가 되는 등 커피의 세계는 한번 빠져들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조 씨는 '잊을 뻔했다'며 두 가지 소원을 덧붙였다. "새해에 아이가 태어나는데 건강했으면 좋겠다. 양가 부모님들이 올 한해도 편찮치 않았으면 좋겠다." 얼굴이 둥글넙적해 편안해 보이던 그가 훨씬 더 인간적으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