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건강관리 - ① 야외활동과 각종 질환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 안도현 시인은 <봄날 사랑의 기도>라는 시 첫머리에서 봄에 대한 단상을 이렇게 시작했다. 꽃샘추위가 오락가락 하던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었다. 비단 시인이 아니더라도 봄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사람의 건강을 생각하면 봄은 그렇게 녹록한 계절이 아니다. '생명의 계절'이지만 실제 봄철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질환으로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이유는 무얼까? 화창하고 따스한 봄날을 건강하게 만끽하기 위한 방법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관절·인대 수축되고 체중 늘어 심한 운동하면 부상당하기 십상
스트레칭 등 몸풀기는 기본 산행 준비는 겨울만큼 철저히
과격한 운동보다 수영 등이 좋아 당뇨환자는 사전에 혈당 체크
관절염 있으면 가파른 산 금물


주말이면 산행을 즐기던 박 모(57·남) 씨는 얼마전 산에서 추락 사고를 당했다. 등뼈 압박 골절로 인한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다. 평소 꾸준히 해오던 산행이었지만, 따스해진 봄 기운에 긴장을 놓친 게 화근이었다. 낮에는 얼었던 땅이 녹아 곳곳이 미끄러워지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했던 것이다.
 
공원을 산책 중이던 이 모(72·여) 씨도 걷기 도중 미끄러져 옆으로 넘어지면서 허리를 땅에 부딪쳐 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 병원 진단 결과 왼쪽 엉덩이뼈와 허벅지뼈가 연결되는 부분이 골절됐다. 현재 이 씨는 인공관절 시술을 받고 입원 중이다.
 
봄이 오면 건강관리를 위해 야외활동이나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하지만 겨우내 위축돼 있던 몸으로 갑자기 운동을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김해자성병원 김남훈 병원장은 "겨울동안 관절과 인대가 수축돼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운동 시작 전에는 반드시 5분 이상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산행 준비도 겨울만큼 철저히
봄철 산의 특징은 겨울과 봄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산에 오르면 겨울이 끝난 듯 하지만 갑자기 찬바람이 불면서 기온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 아래 날씨만 생각하고 가벼운 옷차림만으로 산행에 나섰다가는 자칫 저체온증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여벌의 두터운 옷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또 미끄러져 부상을 당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전문 등산화와 보조 스틱을 갖추는 것도 필수사항이다.
 

▲ 공원 산책 중 넘어지면서 좌측 대퇴골 경부 골절(왼쪽 사진)과 왼쪽 경골 골절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 김해자성병원 제공
산행 시 주의해야 할 부상은 발을 삐는 발목염좌다. 발목염좌는 흔히 '발목을 삐었다, 접질렸다'라고 하는 질환이다. 발목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진 상태를 말한다. 발목염좌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발이 안쪽으로 접힘에 따라 발목 바깥쪽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져 자꾸 접질리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인대가 약해져 발목 뼈끼리 충돌하는데다, 연골이 닳는 발목 퇴행성관절염까지 초래돼 수술이 불가피해진다.
 
김남훈 병원장은 "산행 중 발목을 삐면 냉찜질 등으로 차갑게 해 붓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이어 단단한 부목 등을 찾아 발목을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고 즉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며 "간혹 손상된 상태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근육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질환별 야외활동 요령
사람의 몸은 겨울에 활동량이 줄어든 가운데,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게 돼 체중이 증가하므로 다리 관절에 부담이 가중된다. 따라서 봄철 야외활동이나 운동을 할 땐 과격한 운동이나 무리한 산행보다는 체중부하가 적은 자전거 타기나 수영을 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 산행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30분 정도 걸은 후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고, 산행에 숙련된 사람도 50분 걷고 10분 쉬는 것이 신체적 피로감을 줄이고 심장에 부담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당뇨가 있는 사람은 가능한 한 운동 전 혈당 체크를 해야 한다. 정상인들은 이른 아침 등산을 해도 큰 무리가 없지만, 당뇨 환자는 식전 운동을 할 경우 저혈당 증상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후 1~2시간 이후나 인슐린 주사를 맞은 후 1시간 뒤에 운동이나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갑작스러운 저혈당 증세에 대비해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관절염 환자에게는 심한 운동이나 가파른 산행이 금물이다. 특히 등산 후 하산할 때 관절에 많은 무리가 가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운동이나 산행 후 무릎 관절이 아프고 붓거나 뜨거운 증상이 나타나면 관절 내부에 손상을 입은 것이므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만약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도움말= 김해자성병원 김남훈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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