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암 환자들은 다양한 심리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검사를 마치고 암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수긍하고 스스로의 상황에 대한 파악을 마친 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암을 부정하며 심각한 우울감을 느끼는 환자들도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어림짐작해보기도 어렵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암 환자들은 여러 단계의 심리 변화를 겪게 된다.
 
암을 진단받는 순간, 보통의 환자는 충격과 불안에 휩싸여 현재의 상황을 강력히 부정하게 된다. 이것이 1단계의 심리인 '부정'이다. '내가 암 일리 없어..' 라며 오진일 것이라 여기며 다른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이 단계는 암 환자가 가장 혼란스러워 하는 단계에 속하며 보통은 2-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의 수긍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2단계 역시 거의 대부분의 암 환자가 느끼는 '분노'와 '원망'이다. 자신의 암 발생 원일을 생각하다 그 과정에서 문제로 여겨지는 사람에게 분노의 화살을 겨누는 것이다. 남 탓을 하면서 '왜 하필 나에게'라는 말과 함께 자주 화내고 잦은 감정 기복으로 인해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나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는 단계다. 반드시 한 번은 경험하는 단계지만 이 단계가 길어지게 된다면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치료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빨리 회복하는 것이 좋다.
 
다음 3단계는 '우울'한 감정이 찾아오게 된다. 암 진단 직후 또는 치료 단계에서 증상이 악화되거나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면 시간과 상황에 관계없이 눈물이 나고 무기력해지며 심각한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하루 중 일부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침울해하기도 하고 불면증과 함께 대인기피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암 환자의 자살률은 일반인에 비해 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지막으로 '타협'과 '수용'의 단계에 다다른다. 스스로에게 암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극복을 위한 치료 말고는 답이 없음을 인식하며 의지를 다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닥친 모든 상황에 대해 인정하게 되면서 차분해지고 사람에 따라서는 종교적, 철학적으로 성숙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 변화는 보통 단계적으로 거치게 되지만 일부 단계를 겪지 않거나 여러 단계를 한 번에 겪기도 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분노나 우울의 단계에서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고 힘든 결과와 마주할 수도 있다. 이에 각 단계의 심리 변화는 빠르게 겪고 끝내는 것이 환자는 물론이며 곁에 있는 보호자에게도 수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암 환자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자신이 가진 생각과 감정을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과 나누면서 내재된 감정을 표출하고 해소하면서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평정심을 가지는 것이 치료의 과정과 예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또한 암 환자의 곁에서 상주하는 보호자는 환자가 이러한 단계를 겪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심리적 지지와 함께 옆에 있어주는 것,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심리 변화에 힘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해뉴스
 
휘림한방병원 방선휘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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