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개교예정인 김해제일고등학교(이하 제일고) 건물의 준공이 지연되고 있어 학생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30학급 규모로 김해시 외동에 건립 중인 제일고는 지난 2월 착공해 내년 개교에 맞춰 준공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학교부지가 문화재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지난 4월 관련 법규에 따라 문화재 발굴작업을 먼저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토목공사에 따른 인근주민들의 민원이 증가하면서 착공이 더욱 지연됐다. 11월말 현재 공정률은 50% 정도로, 준공은 일러야 내년 4월 중으로 늦춰질 예정이다. 이 때문에 제일고 입학생들은 이미 폐교된 옛 봉황초등학교(이하 봉황초)에서 수업해야 할 처지다.
1970년에 지은 봉황동 봉황초 건물은 2006년에 폐교됐다. 그 후로 오랜 시간 관리가 되지 않아 낙후된 상태다. 스탠드와 조회대는 페인트칠이 전부 벗겨져 일어났고 화장실 바닥은 오랜시간 물때가 앉아 지저분하다. 식물원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곳은 유리가 깨진 채 방치돼 있어 안전사고의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청소한 지 오래돼 건물벽 구석구석에서 거미줄을 볼 수 있으며 운동장 곳곳에는 잡초들이 무성한 상태다.
현재 옛 봉황초등학교 건물은 2006년부터 부산~김해 경전철사무소로 포스코건설측에서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측은 다가오는 12월 22일까지 사용하기로 계약이 돼 있다. 현재 교실 및 복도는 포스코측이 정비해 깨끗한 상태지만, 사무실용도로 개조돼 있어 교육용도로 변경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포스코건설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나간 후 건물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우리는 계약만료시점만 지켜주면 된다"며 "책상 등 집기는 모두 들고 나가겠지만, 복도와 벽 등을 우리가 개조한 상태 그대로 놔두고 갈 것인지 아예 철거할 것인지는 경상남도교육청과 상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4백여 명(39명씩 10학급)에 달하는 학생들이 입학하자마자 2달 동안 배정받은 학교가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인원이 제일고가 준공될 때까지 봉황초로 등교하다가 준공 후 학교를 옮기는 불편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소식을 접한 중3 학생들 및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A중학교에 재학중인 3학년 이 모(16)군은 "이런 곳에서 한달 넘게 수업을 받아야 한다면 학교에 다니기 싫을 것 같다"며 "여기 배정받을까봐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 모(45)씨 또한 "고등학교 학업은 출발이 중요한데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서 심란하게 지내다가 다른 학교 아이들보다 뒤쳐질까봐 걱정"이라며 "우리 아이가 이 학교에 배정받는다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상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포스코가 나가면 깨끗하게 재정비하고 집기도 모두 갖춰서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