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감성 풍부한 교육도시를"
 
예술교육은 상상의 지평 넓히고 삶을 풍요롭게 해
어린이 조기교육 김해 문화수준 업그레이드 동력, 문화적 토대가 튼튼한 도시이니까

"예술 교육은 상상의 지평을 넓히고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새해에는 예술 교육에 대한 김해 시민의 인식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해시 장유초등학교 예술강사 김인혜(25·여)씨의 새해 소망은 피카소 그림만큼이나 추상적이었다. '건강하게 해달라' '좋은 대학에 붙길 원한다' 등 통상적인 소망들과는 달리 선뜻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면서 어느새 고개를 끄덕거리게 됐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음악회와 전시회를 자주 다닌 경험이 많은 선진국 아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고급 문화예술의 창작자가 되거나 적어도 향유할 수 있는 수준의 취향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고작 술 마시고 노래방 가는 정도의 문화 소양을 갖춰서 되겠느냐"고 그는 반문한다.
 
예술교육에 대한 뚜렷한 주관을 가진 김 씨는 지난해 3월 초등학교 '예술강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대학에서 예술을 가르치는 교수와 강사는 많이 봤지만 초등학교 예술 강사는 생소하다고 질문하자 그는 "연극이나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을 키우고 표현력을 키워주는 것이 예술 강사의 역할이다"고 답했다.
 
예술강사 제도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고 다재다능한 잠재력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김 씨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9기 교육생으로 현재는 경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소속이다.
 
김 씨는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재학 중에도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면서 "전공 분야도 살릴 수 있는 데다 평소 가르치는 일을 좋아해서 올해 2월 졸업과 동시에 예술강사를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해에는 전국을 통털어 11개 밖에 없는 국립박물관이 있고, 부산보다 시설이 좋은 문화의전당을 가지고 있는 등 문화적 토대가 비교적 나은 편이다.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조기 예술교육이 확대되면 김해의 문화적 수준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김 씨의 생각이다.
 
그는 "김해 아이들은 넓은 평야와 바다를 함께 접할 수 있는 지리적 환경 때문인지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개방성이 있고 예술적 감성도 뛰어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성장해 갈수록 비슷한 사고의 틀에 갇혀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의 예술교육 원칙은 '가르치지 않는다'다. 선생님이 가르치지 않는다니 이 무슨 해괴한 소린가? 김 씨는 "예술은 아이들이 몸으로 부딪히며 스스로 깨우치고 즐기는 것이지 가르쳐셔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교육 방식은 놀이, 상황극, 역할극 등이다. 생동감 있고 재밌는 연극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감성을 다양하게 표현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또 소품과 조명 만드는 법을 통해 연극 시스템을 간접 체험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는 식의 일방적인 지시는 일절 않는다는 것이 그녀 스스로 정한 원칙이다.
 
김 씨는 "목표만 던져두면 어른들이 상상하지도 못 한 방식의 표현을 하고 소품을 만들어낸다.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풍부한 상상력에 영감을 얻고 보람도 느낄 수 있다"는 그는 "시 차원이나 국가 차원에서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술 강사제도를 제도화시켜서 문화적으로 좀 더 풍요로운 지역사회가 됐으면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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