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성석제 지음/문학동네/263p/1만2천원)

'탁월한 이야기꾼', '해학과 풍자의 장인', '입담과 재담의 진면목'. 소설가 성석제 앞에 붙는 수식어이다. 2003년 장편 '인간의 힘' 이후 9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위풍당당'을 들고 성석제가 귀환했다. 이번 소설은 소동극의 형식을 빌어 시골마을에서 빚어지는 일들을 재담과 익살, 풍자와 해학을 동원해 그려냈다.

어느 궁벽진 강마을의 사람들이 '훈련차' 마을을 접수하러 온 전국구 조폭들과 일전을 벌인다. 조폭 행동대장 세동이가 지나가던 자연산 미인 새미를 건드린 게 사건의 발단이 되어 두 진영은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강마을 사람들은 '바깥세상'에서 잃을 만큼 잃고 상처받을 만큼 받은 채 강마을로 들어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강마을이 삶의 최후 보루인 마을 구성원들은 가슴 아픈 상처들을 서로 보듬으며 "그래 싸우자, 싸우자, 싸워보자. 너희와 함께 죽을 때까지 싸워보마.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뿌려 줄게" 라고 '전투'에 대한 굳은 결심을 한다. 시골마을을 얕잡아 보고 의기양양하게 쳐들어간 도시의 조폭들은 예상치 못한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하고, 반대로 마음을 모아 위기를 돌파하는 동안 강마을 사람들의 이해와 애정은 더욱 깊어진다. 싸움은 못하지만 지리에 밝은 마을 사람들과 직업이 싸움인 조폭. 두 진영의 대결은 팽팽하다. 양쪽의 긴장된 대치상황 속에서 또다른 기계군단이 강마을로 진주해 온다. 새로운 침입자는 강을 비롯해 나무, 바위들을 내리치며 자연을 균열내고 파괴한다.

이 싸움은 또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성석제의 입담을 따라 한참을 웃다보면, 우리 사회가 처한 도덕적 파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부정한 권력에 저항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하고자 하는 충동이 소설 심층부에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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