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숙 소설가 '댄싱 맘' 펴내

"이런 소설집을 또 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김해 생림면 도요마을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조명숙 소설가가 최근 세 번째 소설집 <댄싱 맘>(산지니 펴냄)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공력을 많이 투입한 소설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장편소설을 낼 때 작가들은 마음 속으로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편을 쓸 때는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쏟아내기 위해 고통을 겪는답니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주인공을 둘러싼 사회병리적 현상이 모두 들어있어요. 그래서 장편보다 단편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난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조 소설가는 그동안 장편 <농담이 사는 집>과 <바보 이랑>, 소설집 <헬로우 할로윈>,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등을 펴냈는데, 늘 변화를 시도해 독자와 평론가들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댄싱 맘>에서도 그는 '소설로 그림 읽기'라는 독특한 시도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얻은 영감을 소설로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설집 속의 단편 7편은 7개의 그림에서 태어났다. '어깨의 발견'(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자작나무 숲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는 소녀'), '거꾸로 가는 버스'(프리다 칼로의 '버스'), '댄싱 맘'(김원숙의 'Dance On a Bridge'), '바람꽃'(추지영의 '바람꽃'), '나쁜 취미'(가브리엘레 뮌터의 'Black Mask with Rose') '까마득'(노은님의 '새'), '비비'(황주리의 '추억제')…. 다만, 관련 그림은 소설집에 들어있지 않다.
 
조 소설가는 그림을 보러 다니는 동안 언제부터인가 거기에서 얻은 감동과 감흥을 소설로 옮기고 싶다는 욕심에 이끌렸다고 한다.
 
"나무의 나이테가 나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단편소설은 '짧은 소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주인공들의 단편적 이야기를 통해 그 주인공들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장르입니다. 그림도 작품 한 점에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모든 게 다 들어있다는 점에서 단편소설과 닮은 면이 있어요."
 
조 소설가가 이번 소설집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부분 우울하다. 책의 표지화로 사용된 마리 로랑생의 '아르테미스'의 밝고 화사한 분위기나, 표제작 '댄싱 맘'이 주는 경쾌한 어감만을 두고 밝은 분위기의 소설집이라 생각하지 않기를.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 결말이 낯설지 않고, 주변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 같아, 외면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게 조 소설가의 힘인 듯하다.
 
표제작 '댄싱 맘'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실종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머니를 떠맡으려 하지 않는 네 명의 자식들은 이 소설에서 이름조차 얻지 못했는데, 그건 작가의 의도에서 비롯된 듯하다. 몇 달 후, 할머니는 집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까마득'은 외국인 이주여성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스물 둘 꽃다운 나이의 흐엉은 마흔 두 살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온 '베트남 신부'이다. 남편에게 집안 살림을 하고 잠을 자준 대가를 당당하게 요구하며 돈을 모으지만, 악의적으로 접근한 동네 여자 세희에게 모은 돈을 다 떼이고 만다.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던 흐엉은 세희의 차에서 쫓겨나 길거리에 멍하니 서있을 뿐이다.
 
다른 작품의 주인공들도 어떤 형태로든, 어디로든, 현실 세계에서 사라져 버리고 만다.
 
왜 이렇게 결말이 슬프고 칙칙한 걸까. 조 소설가는 "소설이란 게 원래 상처투성이인 사람들, 실패하고 깨진 사람들, '루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이기 때문이에요. 작가들은 태생적으로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게 되는 것 같아요. 독자가 소설을 통해 자신의 상처가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고 여기거나,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그건 독자들이 작가의 의도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조 소설가는 요즘 장편소설을 하나 구상하고 있다. "도요마을의 자연과 사람들이 익숙한 풍경으로 내면화됐어요. 그동안의 고민들도 정리가 되고 있고…올해 안에 장편소설을 한 편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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