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 거장 '알베르 카뮈'
삶의 궤도 따라 흐르는 기행집
부조리, 반항, 사랑의 도정 조명



'그보다는 윤곽이 물렁거리고 당장이라도 발효와 부패로 이어질 듯한 상태, 스스로 더할 나위 없이 명증하고 자명한 태양, 그 태양의 가혹한 빛줄기를 받아 모든 것이 노골적으로 노출되고 짓뭉개져 소멸되기 직전의 상태, 그것이야말로 카뮈가 '절망적으로' 사랑하는 것이었다.'
 
소설가 최수철의 작품 '카뮈(부제 : 지중해의 태양 아래에서 만난 영원한 이방인)'는 문학 브랜드 아르테가 2018년 시작한 '클래식 클라우드'의 16번째 시리즈다. '클래식 클라우드'는 국내의 저명한 작가들이 거장의 행적을 따라 기행하고 삶에 결부해 집필하는 인문 기행집이다.
 
이 책의 저자인 최수철 작가는 알베르 카뮈와의 기묘한 인연을 거듭 마주하면서 카뮈를 피할 수 없음을, 그에게 지고 있는 일종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그는 카뮈의 '이방인'을 직접 번역하고, 주인공 뫼르소에게 강렬한 영감을 받아 소설 '나는 뫼르소다'를 집필했다. 이외에도 작가 자신만의 장편소설 '페스트'와 단편소설 '페스트에 걸린 남자'를 써내는 등 카뮈의 작품, 삶, 가치관에 깊이 관여해왔다.
 
그런 그가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거장 '알베르 카뮈'가 지나온 삶의 궤도를 따라간다. 카뮈가 성장기를 보낸 알제리부터 카뮈의 피난처이자 '페스트'의 배경이 된 오랑, 카뮈가 작가로서 예술과 정치 활동의 정점을 찍은 파리를 거쳐 말년의 주 거처였던 루르마랭까지. 최 작가는 장소 하나마다 카뮈의 모습과 책의 구절 등을 생각하며 그곳의 내면을 면밀히 살핀다.
 
책에는 프랑스 이주민의 아들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영원한 고향 알제리를 마음에 품은 채 이중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야 했던 이방인 카뮈의 모습이 잘 녹아있다. 그의 문학적 번뇌와 정치적 사상, 부조리에 싸워온 삶, 그리고 그의 사랑과 한순간의 죽음이 순간순간 펼쳐진다.
 
최 작가는 카뮈가 지나온 삶의 행적을 따라 걷는 여정을 '부조리에서 반항을 거쳐 사랑으로 가는 도정'이라고 명명한다. '부조리'와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신의 고독한 운명을 발견한 카뮈가 그를 직시하고 맞서 싸운 '반항'을 거쳐 '사랑'으로 나아가려던 문학적 노력 끝에는 그의 유작 '최초의 인간'이 있다. 1960년 1월 4일 상스에서 파리로 가던 7번 국도에서 일어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카뮈의 가방 속에 있었던 미완성 유작이다. 최 작가는 카뮈 사후 34년 만에 빛을 본 '최초의 인간'을 통해 책의 처음과 마지막을 긴밀하게 연결한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고 이중적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지중해의 태양과 바람을 만끽하며 문학적 영감을 키워온 알베르 카뮈. 평생을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속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그의 생애를 최 작가는 빛나는 필력으로 재현해냈다.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지중해 바다와 같은 카뮈의 문학적 생애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해뉴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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