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배제된 일상 조명
'10인 10색' 사회학적 에세이
 돌봄·가족·의료·노동 등 다뤄



우리가 마스크로 코와 입을 덮고 살아온 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마스크는 필수요소이자 생활이며,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손쉽게 코로나19와 대응할 수 있는 무기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일어난 변화의 상징이자 예방을 위한 백신, 자기 자신과 상대를 보호하는 차단막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스크가 가려온 것들이 비단 코와 입뿐일까?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과 같이 화력 높은 쟁점들이 놓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책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은 바로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해 보통의 인식 바깥에서 배제된 이들과 상황을 조명한다. 주요 쟁점은 '일상' 속 변화이자 코로나19가 증폭시킨 사회 현상이다.
 
사회학 연구자와 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 속 저자들 모여 '마스크를 쓴 이후'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그려냈다. 비대면, 동선 공개, 돌봄, 가족, 노동, 의료와 모더니티까지 총 10명의 작가가 10가지 주제의 사회학적 에세이를 풀어낸 것이다. 저자들은 개인의 경험에 빗대어, 실제 상황 속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혹은 SF소설 인용구를 본문과 교차시키거나 르포르타주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서울대 아시아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김재형 작가는 마스크가 감염자로부터 건강인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마스크에 부여된 '공공성'에 주목한다. 공공마스크가 시작됐을 당시 시민들의 반응을 두고 '마스크 시민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속에서 배제되는 이들, 정부와 시민 모두가 놓치는 것들에 대해 주목한다. 공공성이 회복됐을 때 발생할지 모르는 또 다른 배제문제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상근활동가인 공성식 작가는 코로나19가 노동계에 가져온 실태를 조사했다. 집단감염과 과로사로 드러난 노동계의 온상은,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늘 유지된 불합리이자 차별이었다. 그저 코로나19로 증폭된 것과 다름없다. 그는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 집단감염 사례와 쿠팡 수습 배송 노송자의 죽음을 통해 방역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노동계의 현실을 조명하고 외주화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노동'의 권리 아래 있어야 할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책 속 주제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현재까지도 되풀이되는 사회 현상이다. 단지 마스크를 쓰면서 증폭된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다. 책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진정 '마스크를 벗는 그 날'뿐인지, 마스크를 벗고 나면 마주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김해뉴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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