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여야 정치계, 경제계, 노동계의 이견이 분분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산업재해를 야기한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연간 2400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회를 바꾸자는 움직임이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OECD 회원국 중 산재사망률이 1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느 한순간에 뚝 떨어진 법안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꽤 오랜 시간 전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외쳐왔고, 2020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운동본부'를 조직해 10만 국민입법청원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 내용은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의회가 기업 눈치 보기 속에서 이도 저도 아닌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법안의 명칭부터 문제다. 본래 이 법안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었지만, 거대 양당의 합의로 '기업'이 쏙 빠진 채 '중대재해처벌법'이 됐다. 산업재해의 책임자인 기업을 뺐다는 점부터 법안의 실효성을 의심 들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이다. 노동자의 생명이 차별받아서 안 된다는 본래의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차별 조항이 포함된 것이다. 이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법안 통과 이후에도 허탈감을 느껴야만 했다. 지난 2018년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법안 통과 직후 "법이 만들어졌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 있는 법이 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누구도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그 누구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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