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예지 김해뉴스 독자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의료인 부족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간호사 부족 현상은 코로나 이전에도 문제였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최전방에 있는 간호사들은 지금도 한파를 견디며 고군분투 중에 있다. 충분하지 않은 수면·휴식 시간, 보호장비 부족에 따른 물품 재사용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여자 간호사인 경우 생리대를 교체할 시간도 없이 불편한 방호복을 입은 채 노동에 전념하고 있다.
 
간호사 수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등 전반적인 근로조건 개선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호사 인력을 일시적으로 충원하더라도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등 전반적인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 현장을 겪은 신규 간호사들의 경우 입사한지 3개월도 되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3교대와 야간 근무에 대한 불규칙한 생활을 이유로 신규 간호사들은 일찍 간호계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인력 부족에 따른 초과근무, 높은 노동 강도, 위계적인 업무 시스템, 불충분한 식사 시간과 근무스케줄 등은 간호사를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으로 치닫게 한다.
 
우리나라 간호사 배치기준은 간호사 1명당 환자 약 12명으로 미국(5.3명), 영국(8.6명) 등 다른 국가에 비해 강도가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병원에선 신규 간호사 1~2명이 한 병동에 있는 전체 환자를 간호하는 게 암묵적인 규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간호계의 '태움' 문제도 퇴사의 주원인이 된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규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을 말한다. 태움과 같은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의료기관 내 인권침해 대응 체계마련, 조직문화 개선 유도, 신규 간호사에 대한 교육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신규 간호사가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 간호사의 노동 가치를 반영한 수가체계 개선, 법정 근로시간 준수를 위한 합리적인 제도 등이 도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 하향조정, 야간근무로 인한 휴식 시간 보장 등 간호사가 임상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효과적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코로나가 종식된다 해도 또 다른 전염병이 찾아오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 오히려 더 강력한 전염병이 우리 곁에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됐을 때,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는다면 위기 대처에 앞장설 의료인력들은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간호사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선 간호 서비스의 질과 환자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올해 간호사 국가고시 응시생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신규 간호사 배출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매년 간호사 국가고시를 통해 약 2만 명의 간호사가 배출된다.
 
이제는 OECD 국가 중 신규 간호사 배출 증가율 1위가 아닌, 간호사가 일하기 좋은 환경 1위가 되기를 바란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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