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위조 사건
(래니 샐리스베리·앨리 수조 지음, 이근애 옮김/소담출판사/416p/1만5천원)

'이 그림은 소더비 경매에서 당시 사상 최고가로 거래됐고, 대영박물관에서 소장중이다'라는 기록이 따르는 그림이 실제로는 가짜 그림이라면 어떤 혼란이 올까. 현대미술사 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정교한 사기극을 다룬 책이 나왔다.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범죄 논픽션'이다. 이 책은 논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그 어떤 범죄 스릴러 못지 않은 긴장감과 놀라움을 안겨준다. 1990년대 초, 전 세계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자들 또는 투기꾼들이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그중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대상이 바로 미술품이었다. 매매 차익에 의한 수익 뿐만 아니라 '문화인' 또는 '교양인'이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미술품 수집에 많은 투자가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술품은 투자 상품으로, 예술가는 상품성 있는 작품을 만드는 한편 돈 되는 인맥을 구축해야 하는 비즈니스맨으로 변질되어갔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들은 자금난에 허덕였다. 자금난에 위청거리는 사이, 미술품의 거래와 보관 이력을 다루는 자료실의 관리가 부실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시기에 존 드류라는 매력적인 신사가 영국 미술계에 등장한다. 부자이면서 학식 있는 존 드류가 현대 화가의 작품을 기증하고 기부금까지 내놓겠다고 하자, 기부금에 목말랐던 미술계 인사들은 판단력이 흐려지게 된다. 존 드류는 우선 무명 화가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리고 유명 미술관의 자료실을 제 집처럼 들락거리며 그림의 경력을 위조했다. 사람들은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갔다고 한다. 이 책은 존 드류의 사기극을 통해 미술계의 실태뿐만 아니라 사기꾼과 공범 그리고 피해자들의 심리 또한 섬세히 밝혀나간다. 예술품을 바라보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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