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은 넌 웃을 수 있니'
 

▲ 김동환 김해이주민지원 조이센터 센터장

가수 김건모의 '핑계'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이 노랫말이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올랐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현 세태를 '내로남불', '아시타비', '역지사지' 등의 신조어와 사자성어에 빗대어 한탄하는 말이 많다.
 
서로 티격태격하며 온 나라가 '사분오열'이다. 원인을 찾아보고, 잘잘못을 따져 묻는다고 쉽게 해결되리라 생각지도 않는다. 워낙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타래처럼 서로 얽히고 설킨만큼 쉽사리 풀어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가운데서 '핑계'라는 노래의 가사를 서두로 가져온 것은 이제 반백을 넘어선 내 인생에서 이보다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태도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은 바램이지만, 나비효과처럼 누군가의 작은 몸짓과 애씀이 작고 작은 파장을 연이어 일으킨다면,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에 공감하면서 이 착한 몸짓을 하는 무리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면… 나는 이 세상이 부디 '살맛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이 있다.
 
이 그림은 양 끝에서 한 숫자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을 표현하고 있다. 각자의 생각이 팽팽한 대결을 가져올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위치에서만큼은 자신이 보는 숫자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울 이유도, 다른 뭔가로 착각을 일으킬만한 것도 없어 보이는 단순한 숫자다. 그 수가 6 혹은 9이기 때문에 서로가 위치를 바꿔 서 보기만 하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존재는 다 그렇지 않다. 특별히 자기가 보고 느낀 것이 확실하고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더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내 가치관의 토대를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로 정하고 이주민 사역이라는 일을 시작했다. 이 또한 전문적인 일이다. 
 
특별히 지난 4년의 외국 생활은 나에게 이주민들의 어려움과 안타까움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게 해줬다. 또한 40년 가까이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사역을 해 온 나로서는 이주민의 입장과 생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자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농아인 역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조금만 확장시켜 본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이라든지 이치가 서로 이해관계에 얽혀 있을 때가 많다. 그럴 때에 우리가 조금만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진다면 우리는 훨씬 더 다양한 방면에서 소통과 이해라는 축복의 틀 속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주민 관련 과업에는 다양한 방법과 각자만의 길이 있을 것이다. 나는 뒤늦게 이 분야에 입문한 사람으로서 뭔지도 모르면서 고집 부려가면서 사역할 것이 아니라 눈도 열고, 귀도 열고, 마음도 열어서 이 일을 해 보자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주민들을 대하고 소통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러한 마음이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이들에게 전해져 모든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에 잠시라도 상대방의 입장에 서 보고나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살맛 나는 세상으로 변해가지는 않을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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