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시의 민주화 정신을 담은 창작연극 '도시의 얼굴들' 공연 장면. 사진제공=창원문화재단


창원문화재단 레퍼토리 작품
부마민주항쟁 등 역사 담아내
뛰어난 연출력·대형 무대 호평



'그 사람은 영웅이다…이 마산의 영웅. 영웅한테 그라믄 안 되는 기라….(연극 '도시의 얼굴들' 속 순애의 대사 중)'
 
창원시의 역사적 배경과 민주화 정신을 담은 창작연극 '도시의 얼굴들'이 지난 18일 성산아트홀에서 첫 막을 올렸다. 창원의 대표 콘텐츠 제작 사업으로 추진된 이번 연극은 영화 '쉬리'의 감독이자 재단의 대표이사인 강제규 대표가 총괄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건축가 허정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활동 중인 성종완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털보 역의 박정철, 순애 역의 이칸희 배우 등 화려한 캐스팅과 뛰어난 무대 연출 등으로 개막 이전부터 창원 시민뿐 아니라 전국적 관심을 끌어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창원·마산 지역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당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의 시작점이자 한국 사회에 민주화를 촉진시킨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낸 도시이다. 연극 '도시의 얼굴들'은 1909년 구한말 경술국치 1년 전부터 1919년 3·1운동과 1960년 3·15의거를 거쳐 1979년 부마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창원시 마산지역이 가져온 역사와 시대정신을 담아냈다. 연극은 구한말 당시 주인공 '순애'와 '춘석', 그리고 '털보'로 불렸던 한 남자의 첫 만남에서부터 시작돼 부마민주항쟁 시기의 경남대학교 앞 시위 현장까지 이어지며 마산의 민주화 정신이 시대를 타고 계속해서 내려왔다는 것을 암시한다.
 
'도시의 얼굴들'은 1979년 10월 18일, 서울에서 온 신문기자 원석이 경남대 근처 식당을 찾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원석은 자신의 부친이 임종 전 '털보'로 불렸던 남자를 만나고 싶어 했다며 그의 행방을 묻는다. 그러나 식당 주인 영희는 냉담한 태도로 그를 내쫒으려 한다. 그때 영희의 노모 순애가 급히 뛰어나와 "털보의 행방을 내가 안다"며 원석을 붙잡는다. 기대에 가득찬 원석에게 돌아온 순애의 대답은 "이 안(마음 속)에 있다"는 것.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순애가 원석에게 예전을 회상하며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놀랍고, 애틋하며, 분노로 가득 차 있다가도 가슴 아픈 것들이다. 그러던 중 부산에서 거대한 시위가 일어났다는 소문과 함께 경남대학교 앞에서도 학생 시위대가 시위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곳에서 '영희 아버지'를 찾는 순애를 발견한 원석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순애의 회상을 통해 옴니버스 식으로 펼쳐지는 연극 '도시의 얼굴들'은 역경의 시대를 살아온 창원시 마산지역의 아름다운 얼굴들을 조명함으로써 지역의 역사와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스크린을 활용한 대형 무대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일 뿐 아니라 마치 그 당시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이야기 구성과 연출 역시 연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극 중에서는 일제 식민지하의 저항의식이 엿보이는 동요 '고향의 봄'을 작사한 이원수와 소설 '결별'을 발표한 소설가 지하련이 등장해 마산 지역이 저명한 문학가들의 터전이었음을 나타낸다. 또한 노동야학을 개설한 옥기환과 독립운동가 명도석 등의 인물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
 
연극 '도시의 얼굴들'은 의병 대장이자 상해임시정부 비밀 요원으로서 나라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털보, 자신의 굳은 의지로 더 나은 나라를 위해 투쟁해온 순애뿐 아니라 마산 시민, 나아가 모든 국민이 나라를 위한 독립운동가이자 투쟁자였다는 것을 역설한다. 극의 마지막은 마산 3·15 의거탑 앞에서 마산지역 시민들이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외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들의 투쟁과 희생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역사의 정신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와닿는 장면이었다.
 
'도시의 얼굴들'은 오는 28일까지 성산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관람시간 100분.

김해뉴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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