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에 10대가 명품 하울을 하는 등 명품을 소비하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명품 리뷰, 10대에 영향 
또래 의식한 요인이 가장 커
김해·창원, 부산 명품 원정도



"고등학생 18년 인생 첫 명품 구찌, 발렌시아가, 톰브라운 하울해요"
 
유튜브에서 '명품 하울', '명품 언박싱'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보면 10대들이 성인도 쉽게 사기 힘든 명품을 구매해 소개하는 영상들을 볼 수 있다.
 
하울은 구매한 물건을 인터넷 방송 제작자 등이 나름의 방식으로 품평하며 제품에 대한 솔직한 사용후기를 담은 영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며, 언박싱은 구입한 물건을 개봉한다는 의미로 신제품에 대한 기대함을 표현할 때 활용된다.
 
지금까지 고가의 명품은 경제력이 있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인식됐으나 요즘엔 상황이 변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친 MZ세대가 명품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명품 사랑'이 갈수록 뜨겁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10대와 20대 총 42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대 33.6%가 추석 이후 새로운 명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20대(26.1%)보다도 7.5%포인트 높은 수치다.
 
10대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18.3%), 주위에 나만 없는 것 같아서(17.4%) 등 또래 집단을 의식한 요인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명품 금액의 상한선도 162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10대의 명품 열풍은 또래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해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 군(17)은 "친구들과 명품 브랜드 관련해서 얘기를 많이 한다"며 "반 아이들 대부분이 명품 제품이 있으니 없으면 그 얘기에 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B 씨(49)는 "큰 딸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6년 전에는 비싸도 20만 원하는 바람막이를 갖고 싶다고 조르곤 했는데 작은 딸은 얼마 전 50만 원을 웃도는 구찌 신발을 사달라고 해서 놀랐다"며 "친구들이 명품 신발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창원 롯데백화점의 한 명품 매장 관계자는 "젊은 층 손님이 늘어났는데 부모님과 함께 오는 청소년들도 종종 보인다"며 "지갑이나 신발 등의 제품이 인기다"라고 말했다.
 
10대들의 명품 소비가 늘면서 명품 매장이 많지 않은 창원과 김해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부산의 백화점까지 명품을 구매하러 가는 '원정 쇼핑객'까지 등장했다. C 씨(18)는 "김해는 백화점 명품관에 입주한 매장들이 별로 없다"며 "지난 주말에 부산 백화점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명품 소비 증가는 대중매체 영향과 스타 마케팅 등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유튜브와 TV 등 미디어에 노출되는 또래들의 명품 소비가 10대들의 '모방 소비'를 야기한단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인기있는 드라마 '여신강림(tvN)'의 남자 주인공 차은우는 교복 위에 발맹·톰브라운·생로랑 등의 의상을 입고 나와 주목받았다. 유튜브에서는 하울 영상 뿐만 아니라 10대들이 600만 원 상당의 나이키 운동화, 200만~300만 원 발렌시아가 후드티 등 고가의 명품을 입고 나오는 '룩개팅'(옷차림만 보는 소개팅)은 조회수가 313만 건을 넘었다. 
 
교복 브랜드 '스마트학생복'이 10대 청소년 3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명품 소비 실태'에 따르면 '유명인(유튜버·연예인)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예뻐서' 구매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1%로 2위에 올랐다. 공동 2위는 '친구들이 가지고 있으니 소외당하기 싫어서'였다. 
 
실제로 10대 유튜버들의 명품 하울 영상 댓글에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명품 구매에 청소년, 성인이 따로 있지 않다", "각자 처지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란 댓글이 달리는가 하면, "위화감만 조성한다", "금수저 부럽다", "재력 자랑하는 것 같아 박탈감만 느껴진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김해뉴스 이선주 기자 sunju@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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