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사장 채굴, 직장인들 투자
그래픽카드 품귀 가격 2배 올라
저금리… 고위험·고수익 '도박'



경남 창원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윤 모(54) 씨는 요즘 싱글벙글이다. 지난해 말부터 손님이 없는 자리의 PC방 컴퓨터를 이용해 '이더리움' 화폐 채굴을 해왔기 때문이다. 첫 채굴을 시작한 작년 12월 개당 70만 원 하던 이더리움 가격은 최근 200만 원을 넘어섰고, 지난 1일 기준 170만 원 이상이다. 
 
윤씨는 "손님이 없어 가상 화폐라도 채굴해 PC방 운영비를 마련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씨의 PC방에는 컴퓨터 100대가 넘고, 빈자리를 이용해 이더리움을 하루 채굴하면 약 0.2~0.3개를 얻는다. 현 시세로 따지면 하루 30만원 이상은 나온다. 윤씨는 "지금까지 이더리움 20개 정도를 얻었는데 3000만원 정도된다"며 "전기료가 매달 50만원 정도 더 나오고 있지만 이득이 더 크다"고 했다.
 
장기투자로 수익을 본 경우도 있다. 비트코인 투자자 이 모(42) 씨는 지난 2018년 개당 1500만 원에 비트코인 3개를 구입했다. 이후 300만 원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없던 셈' 치자며 잊고 있었지만 요즘 흥분을 금치 못한다. 없던 돈이었던 4500만 원이 어느새 1억5000만 원 가치를 넘어섰다. 한 번 대폭락 이후 급상승을 경험한 탓에 이씨는 "투자보다 계속 '존버'(팔지않고 버틴다는 뜻)할 계획이다. 아예 잊고 살면서 노후 자금으로 쓸 생각"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자 여기저기서 다시 '가즈아' 광풍이 불고 있다. 과거 2018년 '코인열풍' 당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다. 가즈아는 '가자'를 길게 발음한 것으로 주식 투자 등에서 '뜻한 결과'를 기대하는 감탄사, 일종의 주문같은 것이다.
 
비트코인이 1년새 5배 넘는 수익률을 보이자, 그동안 비트코인 하락세에 관심밖이던 채굴·비트코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연일 '가즈아' 단어가 다시금 등장 중이다. 
 
경남 지역의 부동산, 투자 커뮤니티에서도 가상화폐 얘기가 이어진다. 배가 아프다거나 후회된다, 곧 망한다며 투자자들을 조롱하는 글들도 부지기수로 올라오며 가상화폐로 얘기로 들썩이고 실제 주변에서도 '대박났다'는 얘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광풍을 꺼려하는 이들도 있다.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최신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다. 가상화폐 채굴에 필요한 컴퓨터 게임 핵심 부품인 그래픽카드 가격이 품귀 현상으로 2배 넘게 치솟았다. 컴퓨터 가격비교 사이트에 따르면 작년 12월초 100만 원하던 최신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현재 220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 당장 게임을 하고 싶은데, 원래 가격보다 높아진 그래픽카드를 마냥 구입할 수도 없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관심에 편승,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해 '원금 보장' '고수익'을 미끼로 내세우고 광고하는 의심스러운 업체도 등장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경남 김해 지역에도 '**마이닝' 등 투자자를 모집하는 광고가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 말만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한편,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경고는 연일 이어지는 중이다. 2018년처럼 조만간 대폭락할 것이란 얘기가 끊임없이 쏟아지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일반인들은 24시간 20% 이상 오르고 내리는 변동성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21일 6700만 원 가까이 올랐다가 지난 1일에는 5000만 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투자에 나선 이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돈을 벌려면 '도박판'처럼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해뉴스 전형철 기자 qw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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