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세력이 지난해 총선 결과에 불복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쿠데타를 일으킨 지 한 달이 지났다. 1962년 군사 쿠데타가 벌어진 이후 53년 만인 2015년 민주주의를 쟁취한 지 불과 6년 만에 다시 쿠데타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군부의 무력 탄압, 특히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함에 따라 자국뿐 아니라 타국에 있는 미얀마인들의 분노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얀마 양곤을 비롯한 전국에서 벌어진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군경의 무력 사용으로 시위자 중 최소 10명 이상이 숨졌다. 미얀마 시민들은 쿠데타 발생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며 '피의 일요일'이라 칭하고 SNS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역사를 가진 한국이 자신들의 상황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한국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뤘지만 미얀마는 1988년 '8888항쟁' 당시 시민 수천 명이 총에 맞아 숨지며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으니 이번만큼은 실패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내부적으로 해결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전 세계의 관심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다 2017년 여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머릿속을 스쳤다. 이 영화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실상을 알리려는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 그를 태우고 광주까지 갔던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힌츠페터 같은 기자가 없었더라면 광주의 진실은 영원히 묻혔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미얀마 사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의 관심과 도움이 그들에겐 심정적으로 큰 위로와 지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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