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신대 복음병원 정태식 교수가 온코더미아를 이용한 고주파 온열 암치료를 시술하고 있다.
고주파 전류 체내로 투과시켜
암 조직에만 에너지 자동 집적
항암제·방사선 치료와 병행하면
종양 크기 줄이고 통증 완화 효과
임상 결과 부작용도 거의 없어
혈액암 제외한 모든 암에 적용

30대 초반의 난소암 환자 P 씨. 오랜 항암치료 탓에 항암제에 내성이 생겼다. 방사선 치료도 별 의미가 없어졌다. P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고주파 온열치료'를 제안받았다. 처음 듣는 치료법이라 반신반의 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에 응한 뒤 증세가 호전돼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췌장암 말기 환자인 60대 K 씨도 췌장에서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는 바람에 복수가 차고 통증이 심해졌다. 고통의 나날이 계속됐다. 그러던 중 P 씨는 '고주파 온열치료'를 제안받았다. 일주일에 3번씩 6회 정도 치료를 받고 나자 복수가 차는 현상도 줄어들었고, 통증도 감소해 약한 진통제로 조절이 가능해 졌다.
 
'제4의 암 치료법'이라고도 불리는 '고주파 온열 암치료법'. 국내에는 지난 2007년에 처음 소개됐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온코더미아'라는 치료기기가 등장하면서 온열 암치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 암 환자와 열치료의 역사
각종 질환이나 통증 치료에 열을 이용한 역사는 꽤 오래됐다. 동양의학에서도 열적외선을 이용해 근육통이나 관절염을 치료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암 치료에 열이 유용하다는 사실은 서양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안면 악성육종이 전신으로 번져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 환자가 '성홍열'이라는 병을 앓고 난 뒤 암이 완치된 사실이 발표됐고, 비슷한 사례가 중복 보고되면서 열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의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신 온열치료법을 사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위험성이 높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 보다는 위험성이 적고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국소온열요법이 많이 개발돼 있으며, 피부에 근접해 있는 암의 경우 전자레인지의 원리처럼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해 암 부위를 발열시켜 치료하기도 한다. 신체 깊숙한 곳에 생긴 암의 경우 초음파로 열을 발생시키는 방법이 있으나, 부작용이 많고 치료 효율이 낮아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 타깃형 고주파 온열 암치료
바늘을 사용하지 않고 고주파 전류를 몸 밖에서 체내로 투과시키면 자동조절 기능으로 암 조직에만 에너지가 집중된다. 환자가 움직여도 암 조직을 따라 자동 조절되면서 열이 집적된다. 그러나 이전의 고주파 온열치료기는 암 자체의 크기를 줄이는 효과는 큰 것으로 판명됐지만, 반복 사용할 경우 저항력이 생겨 치료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단점이 보고됐다. 또한 고열 때문에 피부화상 뿐만 아니라 내부 장기도 화상을 입는 부작용이 초래됐다. 지방층이 두꺼운 경우 녹았다 다시 응고되면서 심한 통증이 발생했고, 폐 부위를 치료했을 때는 폐렴 발생빈도도 높았다. 항암치료와 병행할 때엔 부작용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 종양 부위 양쪽에 전극을 고정시킨 후 고주파(온열)를 보내기 때문에 정상세포는 손상되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한다. 피부와 장기에 화상 위험이 없고 지방 괴사 등의 부작용도 없다.
이런 부정적인 요소를 극복한 게 '온코더미아'이다. 전기유도형 고주파 온열치료기인 '온코더미아'는 암세포와 종양 부위를 스스로 찾아가는 자가 초점 확인 기능이 있고, 암세포와 정상세포에서 나오는 파장을 구별해 암세포만 파괴하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온코더미아를 이용한 타깃형 고주파 온열 암치료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이전 치료법의 부작용을 거의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신대 복음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몇몇 병원에서 운용돼 많은 효과를 보고 있으며, 전 세계 17개 국가에서 200여 대가 운용중이다.
 
■ 온코더미아의 효과
온코더미아는 암의 크기를 줄이고 통증 등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온코더미아 단독으로 암 치료를 하기에는 한계가 없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고신대 복음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정태식 교수는 "온코더미아의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임상적으로도 확인되고 있지만, 단독 사용만으로 암을 완치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증상을 완화하거나 항암제 또는 방사선치료와 병행할 때는 많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혈액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에서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온코더미아 고주파는 뼈를 쉽게 통과하고, 암 부위에 집중적으로 열을 내기 때문에 뇌암에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골수암이나 두경부암, 폐암, 유방암, 간암, 위암, 췌장암, 대장암, 자궁암, 다른 장기로 전이된 암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알려진 온코더미아의 임상효과는 예후가 불량한 악성다발성 신경교아세포종에서 평균수명을 28.1개월에서 38.5개월로 연장시켰다. 또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의 경우 종양 크기가 절반 이상 줄어들 확률이 60% 정도인 것으로 보고됐다. 2년 생존율도 10% 정도에서 30%까지 증가시켰다. 대장에서 간으로 전이된 암의 경우 항암치료 환자군의 평균수명이 10~20개월인데 반해, 온코더미아 병행 환자군은 23개월까지 연장됐다. 종양 크기가 절반 이상 줄어드는 비율도 51%에서 80% 정도로 높아졌다.


도움말=고신대 복음병원 정태식 교수(방사선종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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