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게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기쁠 때가 있으면 우울할 때도 있고, 대안 없는 고민을 하게 되고, 아이들과 가족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다 비슷하지 않나요."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말은 중국에서 온 김보민(31·장유면 부곡리) 씨가 자주 하는 말이다. 물론 그는 여느 한국 여성과는 달라 보였다. 외형적인 모습은 비슷했지만 완벽하지 않은 한국어 발음에서 그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모험과 도전을 참 많이 했다. 양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인 남편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국제결혼을 했고, 두 딸을 낳았으며,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또한 얼마 전 막을 내린 가야문화축제에서는 중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고, 대학과 지역아동센터, 학교 등에서 중국어 강사로 일하는 등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그가 태어난 곳은 얼음축제로 유명한 중국 헤이룽장성 티에리시이다. 티에리시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인데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다.
 
"온통 하얗게 변한 곳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마을 인근엔 돌산이 있었는데 썰매를 타고 거침없이 내려오던 추억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남편을 만난 것은 10여 년 전이었다.
 
현재 창원시 팔용동의 한 제조업체에 다니고 있는 김 씨의 남편은 당시 칭다오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었고, 김 씨와 2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다. 지금은 두 딸과 함께 도란도란 살고 있지만 결혼 전 양가의 반대가 심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친정아버지는 공직에 계셨고, 친정어머니는 백화점에서 근무했어요. 제법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외동딸을 먼 곳에 시집보내기가 싫으셨을 거예요. 반대하셨죠. 그래서 남편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무릎 꿇고 빌었어요. 결국 딸 고집을 꺾지 못하셨고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계세요. 딸을 따라 한국에 오신 겁니다. 딸 사랑이 대단하세요."
 
시댁에서도 국제결혼은 어려운 것 아니냐며 반대 했다. 그럴 수록 더 잘 살려고 마음을 다졌다고.
 
"누군가 국제결혼을 한다면 말리고 싶어요. 양가 부모님의 걱정처럼 결코 쉬운 것은 아니더군요."
 
울산교대에서 중국어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박사과정을 잠시 보류했다. 자신의 목표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교육이 먼저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공부를 하다 과로로 쓰러져 119에 실려 간 적도 있다. 그만큼 공부가 힘들었지만 부족했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 즐기면서 했다. 아이들을 잘 키운 뒤 재도전하겠다. 임용시험에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겉모습은 달라보여도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며 "너무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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