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제대 특수교육과 여승수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실린 학교심리학 저널지를 소개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신뢰도 측정 난제
새로운 해결방안 제시 평가

지난달 1일, 인제대학교 특수교육과 여승수 교수의 논문이 교육심리학 및 특수교육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학교심리학 저널(Journal of School Psychology)'지에 발표됐다.
 
'교육과정중심측정검사의 신뢰도 측정방안: 잠재성장모형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여 교수가 쓴 논문은, 국내는 물론 국외의 학습장애 학생들을 조기에 선별하고 적합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다면, 일반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열기가 높은 지금 여 교수의 연구가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여 교수의 연구실에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Q. 특수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A. 고등학교 때 인생에 대해 고민을 했다.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닌데 남들과 똑같은 직장에서 돈만 벌며 사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한 장애인의 수기를 읽고 삶의 방향을 선택했다.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으면서도 봉사를 통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특수교육이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하고 싶었던 분야인 만큼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고, 임용시험을 쳐서 교사가 됐다.
 
Q. 교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A. 특수반 교사로 재직했는데 아이들을 지도해보니 확실히 장·단점을 알 수 있었다. 보통의 아이들은 명확한 교육과정이 제시돼 있는 반면, 특수반 아이들은 온전히 담당선생님의 판단과 주관에 의한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나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내가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3년쯤 지났을 때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Q. 미국에서 주로 배웠던 것이 교육과정중심측정(CBM)이었나
A. 한국에서는 특수교육을 감성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지만, 미국에서는 감성은 물론 냉철한 사고와 이성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중요시한다. 그곳에서 교사의 경험과 직관을 배제하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에 대해 공부했다.
 
CBM의 경우, 박사과정 시절 CBM 검사를 창안한 미네소타대학의 스탠리 디노 교수와의 인연으로 이 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이미 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측이 필요한데, 그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를 수시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CBM이다.
 
Q. 예를 들자면
A. 남들과 똑같이 혹은 더 열심히 하는데도 유독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들은 학습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학습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 넘으면 고치기가 어려워지지만, 일찍 발견하면 그 학생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통해 개선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누군지, 또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알 수 있는 측정방법이 바로 CBM이다. 검사를 통해 나온 데이터로 학생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고, 또 그것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보는지 확인도 가능하다. 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Q. 이번에 학교심리학 저널에 실린 논문은 어떤 내용인가
A. 그동안 CBM을 반복해서 실행했을 경우 결과 해석이 어려웠다. 수시로 변하는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뢰도 부분에 대한 논의는 30년 넘게 이루어져 왔지만 해결되지 못했다. 이번 논문은 신뢰도 부분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잠재성장모형분석방법의 원리를 응용해 변화하는 데이터의 신뢰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을 보면서 우연히 얻은 아이디어였는데 결과가 좋았다.
 
Q. 논문이 인정을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A. 논문의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A4 18페이지 분량이다. 기쁜 마음도 있지만, 더 좋은 논문을 써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가장 기뻤던 것은 내가 평생 연구할 주제를 얻었다는 것이다. 학자로서 성취도가 컸다.
 
Q. 현재 김해시 특수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A. 김해지역에 있는 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CBM을 했더니 학습장애 위험군 학생들이 발견됐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게으르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학생 입장에서는 노력은 하는데 성적이 안오른다면 어렵고 힘들기 마련이다. 학습장애를 조기에 발견하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울 수 있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치료하기 어려워진다. 비단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관내 학교들을 대상으로 CBM을 통해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다면 그것에 근거한 적합한 교육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잘 활용하면 김해지역의 학습장애 및 학습부진 학생들이 줄어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과 일반 학생 모두가 효과적인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교수법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에는 CBM 쓰기검사 도구와 읽기검사 도구를 개발했는데, 틈틈이 CBM의 학년별, 교과별 검사 도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 CBM(curriculum-based mea surement)이란?
교육과정중심측정. 학습부진이나 학습장애를 겪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반복적으로 측정해 학업 진전도를 평가하는 검사 도구. 교사들은 이 결과를 통해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수법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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