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꿈이 셋 있다. 하나는 해외 자원봉사를 가는 것이고, 다음은 출판되는 책 속에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터레이터이며, 마지막은 내 손으로 쓴 책을 출판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 모두 책과 관련된 것들이다. 지금껏 사귀었던 해외 친구들, 문화 교류 경험이 되어 준 홈스테이, 해외자원 봉사 뒷얘기들을 묶는다면 책을 내는 일은 가능하다. 나는 늘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김해뉴스>에서 '책 소개'를 해보라는 제안을 해왔을 때, 자연스럽게 일본인들의 문화에 대해 쓴 이어령 씨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이 떠올랐다.
 
<축소 지향의 일본인>은 일본의 가정집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계기가 되어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본 책이다. 저자는 일본에 의해 지배되었던 과거의 어두운 이야기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들이 누구인지를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일본을 떳떳이 바라보는 시각을 열어 준다. '축소지향'은 일본의 고전, 역사, 현재의 과학기술 분야를 모두 아울러 정치·역사·문화·사회·종교 등 각 분야들로 연결될 수 있는 의식의 개념이다.
 
나는 김해에 오는 외국인 가족들을 여러 차례 맞이한 홈스테이 경험이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일본으로 3차례의 홈스테이를 다녀왔다. 나는 일본의 유명 관광지에 여행을 가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대신 일본 가정에서는 평소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 이웃과는 어떻게 교류하는지, 평소 옷차림새나 행동거지는 어떤지가 더 궁금하다. 그리고 홈스테이 가정에서 조용히 쉬거나 가까운 사람이 주최한 모임에 함께 가서 노는 것이 더 재미있다.
 
나고야의 가가와 씨 댁에서 홈스테이를 했을 때다. 내가 일본 사람들의 문화나 생활상 등에 관심을 가지니까, 가가와 씨가 나를 고 가옥에 데리고 가주었다. '창원의 집'(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에 있는 전통가옥) 같은 곳이다.
 
고 가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보고 있는데, 그 중 어느 한 방은 정말 작고 특이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그 방에 대한 설명을 읽은 것은 일본을 다녀 온 다음이다. 그 작은 방은 다실이었다. 초대된 손님들은 마당 한 켠에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개구멍만한 문을 열고 대여섯 명이 앉으면 꽉 차는 그 방으로 기어들어가서 차 접대를 받는다. 그 작은 방에 들어가 차 한 잔 마시기 위해 차례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일본의 다도는 우리와는 다른 방식의 법도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마당의 정원까지 실경의 축소판으로 꾸며 감상하는, 그야말로 축소지향적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가족을 우리 가족이라 부르고, 심지어는 내 남편을 우리 남편이라 부른다. 일본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배포를 가진 셈이다.
 
일본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느낀 여러 생각들이 <축소 지향의 일본인>을 읽으면서 좀 더 가지런하게 정리가 되었다. 또한 우리 한국인은 어떤 면을 가지고 있을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이어령 씨는 책에서 활기 넘치는 한국 사람이야 말로 세계무대를 활보하는 민족이며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외국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우리 것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것이 세계와 우리가 만나는 첫걸음이 아닐까.


>>이경미 씨는
영어뮤지컬 공연단체 '김해비빔밥예술단' 단장으로 단원들과 함께 즐겁게 활동 중이다. 화가로 개인전 2회를 비롯 다수의 국제전, 국내전에 참여했다. 김해도서관·장유롯데마트 문화센터에 미술강사로 출강했고 미술심리상담사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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