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동 유영유치원 7세 아동반 원아들이 서영숙 '이야기 할머니'와 함께 노래를 하고 있다. 사진/김정은 kimjjung@
2009년부터 문광부에서 사업 추진
김해에 임해옥·이영자 씨 등 3명
유치원에서 진흥원에 신청하면
지역의 이야기 할머니 연결해줘

"박새가 봄이 왔다고 독수리한테 이야기 해주기로 약속했는데, 그 말을 안했어요!"
 
"하늘이 새까매서 구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새들의 날개였어요!"
 
서영숙(62) 씨의 '박새와 독수리' 이야기가 끝나자, 외동 유영유치원 7세 아동반 아이들이 저마다 기억나는 대목을 재잘거렸다. 교실 안은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맑은 웃음으로 가득찼다. 서 씨는 이처럼 매주 한 번 유영유치원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들려준다. 노래와 놀이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할머니의 무릎에 앉아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들은 어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가정교육으로서, 전통적인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전수해 주던 이런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래서 유영유치원의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은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영유치원 유창열 부원장은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이유와 관련,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할머니 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유치원에 올 때도 할머니 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할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또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인성교육 면에서도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서 씨는 김해에서 활동하는 '이야기 할머니' 3명 중 한 명이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는 지난 200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중인 사업으로, 한국국학진흥원 부설 한국인성교육연수원에서 주관한다. 할머니가 손자 세대에게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조손 간의 문화적 단절 현상을 극복하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도모한다는 취지이다. 동화는 국학진흥원에서 계절, 아동발달 상황, 아동인성교육 등을 감안해 선별한다. 개별 유치원들이 국학진흥원에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해당 지역의 이야기 할머니를 연결해 준다.
 
'이야기 할머니'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면접과 교육과정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활동 자격증을 받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린다. 할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품성과 어른으로서의 경륜, 미래세대의 인성 함양에 일조하겠다는 사명의식 등이 기본 조건이다. 관련분야 전공자와 경력자는 선발 과정에서 우대를 받는다. 교육대상자로 선발되면, 소양교육·화법 실습·이야기 구연 실습·수업 운영기법·아동심리·유아교육·한국 전통문화 등의 소양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서 씨는 올해 3월부터 김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손주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동화구연에 관심을 가졌다가 '이야기 할머니'까지 됐다"고 말했다. 색동어머니회 김해지회 김영미 초대회장을 만나 동화구연을 배운 게 계기가 됐다. 김해에서 열린 동화구연대회에 나가 상도 두어 번 탔다. 그러던 중 '이야기 할머니' 교육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에 한 편씩 동화를 들려주는데, 내가 완전히 숙지를 해야 재미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죠. 동화 분량이 제법 길어 외우는 게 쉽지 않기도 해요." 서 씨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는 6월까지 활용할 동화를 벌써 다 외웠다. 서 씨는 "동화 외에도 간단한 마술, 손 유희, 노래와 놀이, 수화 등도 연구하고 있어요. 인터넷에서 정보도 찾고, 색동어머니회에 도움도 청하죠. 지금도 계속 배우러 다닌답니다"라며 왕성한 활기를 자랑했다.
 
한편, 국학진흥원의 '이야기 할머니'는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400명의 활동가를 배출했다. 김해의 할머니들은 지난해에 처음 신청을 했다. 현재 서영숙·임해옥·이영자 3명의 최종 합격자가 '이야기 할머니' 자격증을 받아 활동 중이다. '이야기 할머니' 교육프로그램 안내/한국국학진흥원 홈페이지(http://www.koreastud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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