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십여 년 세월동안 흙을 만지는 한 길로만 걸어온 이한길 씨. 사진/박정훈 기자 punglyu@hanmail.net
열일곱부터 도공의 길 걸어와
올해 대한민국 명장에 첫 도전

민속공예기능의 계승발전과 공예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8회 김해시 공예품대전' 대상의 영예는 이한길(49·길천도예원 대표) 씨에게 돌아갔다. 수상작 '생활 속으로'는 차도 물도 마실 수 있는 다도구이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성·실용성·기능성과, 기술적 수준의 우수함. 전통적 조형미의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올해 김해시 공예품 대상 수상자인 이한길 씨를 길천도예원에서 직접 만났다.
 
▶도자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고향 합천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부산공예학교(현 부산디자인고)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열일곱 살 때부터 이니 삼십년이 넘었고, 오로지 이 한길로만 걸어온 셈이다. 어릴 때부터 도자공예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초등학교·중학교 모두 미술반에서 특활활동을 했다. 나의 우연한 선택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필연이 되어 나를 이끌었던 것 같다. 나는 팔자론을 믿는다. 잘 선택했고, 나에게 잘 맞는 길이다.

▶김해에는 언제 왔는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김해에 왔고, 1986년 '길천도예'를 열었다. 김해 전체에 요장이 서너군데 있던 시절이었고, 진례에서는 내가 제일 먼저 요장을 연 셈이다. 고등학교 시절 부산에서 합천으로 갈 때, 버스는 늘 진례를 지나쳤고, 진례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었다. 하지만 예부터 옹기점골이 있었던 진례에 자연스럽게 터를 잡게 됐다. 작은 창고를 빌려서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길천'이란 무슨 뜻인가.
 
사람들은 '길천'에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고 묻지만, 정말 별 뜻 없다. 내 이름 이한길의 '길'과 고향 합천의 '천'을 붙인 이름이다. 김해의 선배들과 어른들이 막내인 나를 부를 때 이름보다는 '길천'이라고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호가 됐다. 언젠가 작명을 하시는 분께 여쭤봤더니, 좋은 이름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억지로 뜻을 짜맞추지 않고 '우연히' 지었는데 나한테 잘 맞는 이름이 되어주었다.

▶도자기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자신의 작품세계가 있다면.
 
도자기는 저 홀로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생활 속에 어우러져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 끼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손닿지 않는 곳에 그냥 놓아두는 것 말고, 쓰기 위한 그릇을 만들고 싶다. 물론 그 그릇에 예술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제8회 공예품대전 대상 수상작 '생활 속으로'는 어떤 작품인가.
 
차 그릇이다. 물도 마실 수 있도록 조금 크게 제작했다. 탁자 위에서 편하게 쓰였으면 한다. 이번 작품을 만들 때, '색'을 찾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원하는 색을 찾아내기 위해 몇 번이나 반복 작업을 했다. 초록빛이 나고 누르스럼한, 바라보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색이다. 아직도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한다. 경남공예품대전에 작품을 제출할 때는 더 좋은 색으로 표현되도록 할 생각이다.

▶한 가지 작업을 계속 반복한다는 의미인가.
 
한 가지 주제를 잡아 디자인을 하고 난 다음, 몇 번씩 반복하면서 난이도를 높여 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 반복하면 작업소화능력이 높아지고, 완벽에 가까워진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트렌드에 따라 주제를 계속 바꾸는 것보다, 한 가지 작업을 반복하며 다른 디자인과 다른 색을 내는 방식으로 변주하면서 작업하다보면 난이도를 높일 수 있다. 계속 한 주제의 작품을 출품하면 심사위원들이 "또 이 주제인가" 할 수도 있지만, "같은 주제인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주목을 받기도 한다.

▶김해분청도자관 일을 맡고 있는데, 계획하고 있는 사업은.
 
김해를 중심으로 경남을 아우르는 명사들과 함께 하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도공들이 성형하고 초벌구이를 한 도자기에, 명사들의 글씨나 그림을 새겨 작품을 완성할 것이다. 작품 전시회 후에 경매를 하고 이익금은 좋은 일에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중이다. 준비는 다 되어있다. 지역 명사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경매까지 이어질 수 있다.

▶도공으로서 '흙을 만지는 기쁨'을 독자들에게 말해준다면.
 
흙은 생명의 근원이다. 그래서 흙을 만질 때 어른도 아이도 편해지는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도자기 체험에 온 엄마가 더 빠져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해도서관, 김해합성초등학교, 문화의 집 등에서 도자기체험 수업을 하면서 흙을 만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많이 만났다. '흙의 건강성'은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도, 우리가 그릇을 사용하는 과정에도 모두 녹아있다. 인간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도자기가 생활용기로 자리 잡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현재 경남 최고장인으로 공인받고 있는데,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2011년에 '경남 최고장인'이 되었다. 도예부문에는 나를 포함해 현재 경남에 3명의 최고장인이 있다. '대한민국 명장'으로 인정받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고, 올해 처음으로 도전해 볼 생각이다. 김해에는 분청도자관이 도자예술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데, 김해 도공으로서 '도예촌'이라는 오랜 숙원을 풀고 싶다는 꿈이 있다. 도예체험문의/055)345-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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