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숙 도예가와 작품.
윤숙정 도예가 '할머니는 마침내 …'展
다음달 8일까지 인제대 김학수기념관서
할머니와 고향 풍경 담은 작품들 선봬

"손주에게 줄 눈깔사탕을 사오던 할머니, 정화수 떠놓고 가족들의 무사함을 기원하던 할머니, 마당에서 노는 손주들을 내다보던 할머니, 그리운 할머니."
 
우리들의 기억 속 할머니를 도자기로 만날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인제대 김학수기념관에서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윤숙정 도예전 '할머니는 마침내 산이 되었다'를 3일부터 6월 8일까지 연다.
 
도예가 윤숙정 씨는 그릇의 형태인 도자기가 아니라, 감정과 이야기가 있는 도자기 작업을 삼십 년 넘게 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전남 무안 출신으로 현재 목포에서 작업 중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할머니와 고향 풍경을 도자기로 빚어낸 작품을 선보인다. 조소(재료를 깎고 새기거나 빚어서 만든 입체 형상)작품을 도자기로 구워낸 형식이다. 초벌구이를 하고 유약을 발라 다시 굽는데, 어떤 유약을 바르는지, 몇 도에서 굽는지 하는 데 따라 색과 질감이 달라진다. 윤 씨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형태의 도자기는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인다. 윤 씨는 "회화는 기본이고, 도자기의 모든 공정을 알아야 작업이 가능하다"며 "수없는 반복 작업 끝에 원하는 색과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씨는 "할머니는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무한정 샘솟는 사랑의 대명사이며, 우리가 딛고 있는 대지와도 같다. 어머니가 버티고 살아 있으면, 대지에서 초목이 자라듯 우리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이 시대의 어머니들이 무너지지 않는 생명력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공무원이라 집에서 농사를 짓지 않았던 유년시절, 윤 씨는 무언가를 늘 수확하는 할머니 집에 보내달라고 부모를 졸라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 시절 할머니에게서 받았던 사랑이 작품의 토대가 됐다. 전시장을 찾은 인제대 정성은(경영학부 4) 씨는 "어린 시절 가보았던 할머니 집이 생각난다. 차가운 도자기이지만, 오히려 마음이 따듯해진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문승일(인문학부 2) 씨는 "작품을 보니 목수였던 할아버지가 지은 집이 떠오른다. 할머니가 방문을 열고 마당에서 놀던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모습도 기억난다"며 추억을 털어놓았다.
 
각 작품에는 소설가 김대호 씨가 윤 씨의 이야기를 정감어린 문체로 정리한 사연이 부착돼 있다. '할머니, 할머니, 어디 있어?', '할머니는 마침내 산이 되었다' 같은 작품들의 사연이 할머니의 치마폭에 폭 싸여 있는 듯 포근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문의/055)320-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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