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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tan Road, 달빛과 바다·숲 그리고 길 … 삼포지향 부산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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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2.05.08 12:04
  • 호수 73
  • 14면
  • 구민주 기자(kmj27@gimhaenews.co.kr)

   
▲ 문탠로드 입구. 다양한 달의 모양과 박진규 시인의 시 패널. 사진/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부산의 정취 만끽할 수 있는 '문탠로드' 따라 걷기

"달이 저 많은 사스레피나무 가는 가지마다/ 마른 솔잎들을 촘촘히 걸어놓았다 달빛인 양/ 지난 밤 바람에 우수수 쏟아진 그리움들/ 산책자들은 젖은 내면을 한 장씩 달빛에 태우며/ 만조처럼 차오른 심연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러면 이곳이 너무 단조가락이어서 탈이라는 듯/ 동해남부선 기차가 한바탕 지나간다/ 누가 알았으랴, 그 때마다 묵정밭의 무들이/ 허연 목을 내밀고 실뿌리로 흙을 움켜쥐었다는 것을/ 해국(海菊)은 왜 가파른 해변 언덕에만 다닥다닥 피었는지/ 아찔한 각도에서 빚어지는 어떤 황홀을 막 지나온 듯/ 연보라색 꽃잎들은 성한 것이 없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청사포 절벽을 떨며 기어갈 때/ 아슬아슬한 정착지를 떠나지 못한 무화과나무/ 잎을 몽땅 떨어뜨린 채 마지막 열매를 붙잡고 있다/ 그렇게 지쳐 다시 꽃 피는 것일까/ 누구나 문탠로드를 미끄덩하고 빠져나와 그믐처럼 시작한다"
 <박진규의 시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 전문>

   
▲ 문탠로드 코스.
'삼포지향(三抱之鄕 : 바다, 산, 강을 모두 품고 있는 도시)' 부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갈맷길.
 
부산시는 지난 2월 '갈맷길 조성 및 관리운영 실시계획' 용역을 통해 갈맷길 이용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제2코스(문탠로드~광안리해수욕장~오륙도 유람선 선착장)의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김해뉴스>는 햇볕 아래를 걷기가 다소 부담스러워진 5월, 울창한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주는 호젓한 산책길을 걸어보기로 하고 갈맷길 제2코스 중 문탠로드(Mootan road)를 찾았다. 문탠로드는 부산 해운대구청이 지난 2008년 1월 대한팔경의 하나인 달맞이 언덕의 능선을 따라 조성한 약 2.2㎞의 호젓한 산책로를 말한다. 구청은 햇볕에 살갗을 태우는 '선탠(Suntan, 일광욕)'이란 단어에 착안해 '달빛을 받는다'는 뜻의 신조어 '문탠'을 발명했다.
 
   
▲ 동해남부선.
달빛의 은은함은, 의학적·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정서 순화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주장들이 있어 조성 단계에서부터 관심을 모았다.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의 와우산(臥牛山) 능선을 따라 조성돼 있기 때문에 차도와 인도가 있는 달맞이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미포 쪽에서 목재 데크를 디디면서 언덕을 올라오다 보면 왼편으로 코리아아트센터가 보이는데, 센터 맞은 편에 문탠로드 입구가 있다.
 
자, 지금부터 문탠로드를 걷는다.
 
달 모양이 새겨진 커다란 기둥을 지나 아래로 내려간다. 흙길이 나타난다. 길고 곧은 소나무들이 길 양편에 도열해 있다. 소나무들은 신선한 공기와 건강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덩달아 건강해질 것 같다.
 
길은 청사포까지 이어지는데, 완만하면서도 푹신푹신해 걷는 데 무리가 없다.
 
길은 네 종류다. 달빛 가온길(0.4㎞:은은한 달빛 속에 마음을 정리하는 길)~달빛 바투길(0.7㎞:달빛에 몸을 맞겨 새로운 나를 만나는 길)~달빛 함께길(0.5㎞:나와 달빛이 하나 되는 길)~달빛 만남길(0.5㎞:아쉬움에 다시 오길 약속하는 길) 등.
 
길을 걷다보면 서너 발자국 간격으로 왼편 바닥에 자리잡은, 어른 무릎에 조금 못미치는 높이의 기둥들이 보인다. 조명등이다. 일몰 직후부터 오전 5시까지 조명등이 켜지는데, 감성적인데다 밝기까지 해서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낮에는 순서대로 초승달~보름달이 그려져 있는 게 보인다.
 
   
▲ 청사포 등대와 저녁놀.
달빛 가온길을 따라 400m 쯤 걷다보면 바다전망대가 나타난다. 바다 쪽으로 돌출돼 있다. 문화관광체육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사진찍기 좋은 경관명소이다. 바다전망대에서는 가끔 대마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대마도는 육안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빛의 굴절 현상이 빚은 일종의 신기루라는 얘기가 있다.
 
길을 걷다보면 안내판을 통해 이런저런 스토리텔링도 접하게 된다. 와우산에 얽힌 전설 하나가 재밌다. 내용은 이렇다. 한 도령이 머슴과 소를 끌고 달맞이 고개에 쉬러 왔다가 소를 잃어버렸다. 그 소는 나물을 캐고 있던 한 아름다운 낭자에게로 갔고, 소를 찾던 도령은 낭자에게 한 눈에 반해버렸다. 도령은 다음해 정월 대보름날 달이 뜰 때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보름달에게 부부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었다. 마침내 그 소원이 이루어졌고, 이후 달맞이 고개에 올라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러고 보니 '달맞이 고개'라는 단어에 왠지 애틋한 감상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달빛 바투길을 따라 걷다보면 사스레피나무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박진규 시인의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라는 시에 등장하는 나무다. 박 시인에게 시적 영감을 준 나무이기도 하다. 나무 위에 떨어진 솔잎들이 신기할 정도로 빗살처럼 가지런하게 삐져나와 있다.
 
참, 사스레피나무에서는 구리고 역한 냄새가 나지만 공기정화작용과 살균작용을 한다고 하니 굳이 코를 막지는 않아도 되겠다.
 
다시 길을 가다보면 달맞이 어울마당이 나온다. 달빛 바투길의 끝자락에 자그마한 체육공원이 있는데, 여기서 윗쪽으로 난 비탈길을 타다보면 달맞이 어울마당이 나온다. 이곳은 그야말로 '비밀의 화원' 같은 곳이다. 동그란 달 모양의 무대 뒤로 시원스레 바다가 펼쳐지는 가운데, 대리석으로 된 하얀 길과 꽃과 잔디들이 한데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낸다. 이런 곳에서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본다면….
 
   
▲ 해질녘의 해월정 전경.
달맞이 어울마당에서 나와 달빛 함께길을 따라 내려오면 해월정이 보인다. 해월정에서는 일출과 월출을 감상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문탠로드는 바다, 숲, 길의 아름다움을 감성적으로 절묘하게 섞어놓은 듯 한 산책로이다. 그래서 길을 걸을 때 지루할 틈이 없다. 문득 문득 오른편으로 시선을 주면 푸르디 푸른 해운대 바다가 듬직하게 서 있고, 저 아래로 바위를 때리는 파도들이 보인다. 이따금씩 동해남부선을 따라 기차가 지나가기도 한다.
 
문탠로드는 낮에도 좋지만 밤에도 좋다. 어느 게 더 좋은지 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을 것이다. 

   
 
<문탠로드를 빠져 나오며> 박진규 시인 미니 인터뷰
사스레피나무 가지마다 걸려 있는
솔잎은 달빛의 조화이자 주술이죠

ㅡ시를 쓰게 된 계기는
 ▶문탠로드에 가면 길 사스레피나무가 많다. 솔잎이 떨어져 가지마다 하나하나 걸려 있는 게 참빗과 비슷한 모습인데 신비롭고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달빛의 조화이자 달이 부려놓은 주술이라고 생각했다. 문탠로드는 현실의 공간이자 상상의 공간이었다. 거기서부터 출발하게 됐다.

ㅡ시의 의미는
 ▶시에 등장하는 무, 해국, 무화과나무 모두 삶의 고단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을 보니 그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삶이 바닥을 쳐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과 용기만 있다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제일 큰 재료는 달이다. 사람들에게는 여러 모습으로 보이지만 달은 항상 같은 모습이 아닌가. 마음의 상처나 아픔도 겉으로 보여지는 하나의 모습일 뿐, 결국 참 자아나 내면은 달처럼 꽉 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문탠로드가 일깨워 줬다.

ㅡ문탠로드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읽는다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황공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를 보며 박진규라는 사람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를 통해 문탠로드를 걷는 사람들이 평소에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깊이 있게 볼 수 있다면 좋겠다.

   
▲ 문탠로드 절벽 아래의 짙푸른 바다 풍경.
Tip 1 >> 올해 문탠로드에서는 어떤 이벤트가 있나
해운대구청에서는 매월 음력 보름을 전후로 해서 문탠로드 따라 걷기, 명상체험, 주제가 있는 어울마당 행사를 열고 있다. 오는 7월 28일에는 '서프라이즈 문탠로드, 오싹하고 재미난 달빛산책'이 준비돼 있다. 귀신과 함께 인증샷,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콘서트, 공포 마술 퍼포먼스, 공포 콘서트 등을 즐길 수 있다. 접수는 해운대구 홈페이지(http://moontan.haeundae.go.kr). 접수기간은 7월 11일부터 20일까지이며 선착순 500명을 대상으로 한다
 
이밖에 9월 1일에는 '써니랑 문탠로드 추억과 낭만의 달빛산책'이라는 주제 아래 추억의 라디오엽서쓰기, 소풍길 보물찾기, 7080 교복입고 포토타임, 7080 낭만콘서트 등이 준비돼 있고, 10월 27일에는 '할로윈 문탠로드, 할로윈데이에 달빛산책'이라는 주제 아래 할로윈 캔디 받기, 할로윈복장으로 포토타임, 가면무도회 할로윈 콘서트 등을 즐길 수 있다.

Tip 2 >> 김해에서 해운대로 가는 방법
▶자가용:(남해고속도로) 덕천IC → 만덕로 → 충렬로 → 해운대방향 지하차도 → 해운대
     (서부산고속도) 서부산IC → 동서고가로 → 황령로 → 광안대교 → 올림픽교차로 → 해운대
▶시외버스:김해외동터미널에서 해운대 방향 시외버스 이용 → 해운대역에서 하차
▶경전철:사상역에서 하차 → 장산방향 2호선 지하철로 환승 → 해운대역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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