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김해는 '특별한 도시'이다.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의 공간이고, 일터이며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평일에는 일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추가 근무가 있는 날에는 늦은 저녁까지 머무르기도 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을 하고 나면 그제서야 여유가 생긴다. 그럴 때는 김해시내에 나와 친구들을 만나거나 쇼핑을 한다. 자국 식당에 들러 한 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Colombo)에서 온 디네쉬 락말(21) 씨의 김해생활도 비슷했다. 한 달 150만 원의 월급을 받으면 110만 원은 부모한테 부친다. 한 달 40만 원으로 생활이 될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일요일에만 끼니를 해결하면 돼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게 락말 씨의 얘기다.
 
그런데 최근 락말 씨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일에도 동상동에 나오는데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다고.
 
"사출이나 CNC 가공 일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전에 다니던 직장이 한국에서의 첫 직장이었고 열심히 일했지만 직장을 옮기는 게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그만뒀어요. 되도록이면 부산에서 일자리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가 김해를 떠나려는 데는 첫 직장의 영향이 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하는 데 비해 월급이 만족스럽지 않은데다 기숙사도 좋지 않아 여러모로 어려운 생활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 '빨리빨리' 하라는 지시를 따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렇다고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대부분 좋은데 나쁜 것도 있을 뿐입니다. 한번 경험을 했으니까 다음 직장에선 시행착오 없이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한국에 오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스리랑카에서는 돈벌이가 안 돼 서울에서 일하는 사촌형처럼 한국에 와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14일 동안 기본적인 한국어를 익혔고 한국어 시험을 겨우 통과해 입국할 수 있었다. 10개월 사이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음식은 거의 먹는 편인데 해장국과 새우볶음밥은 즐겨 먹지만, 곱창전골이나 비빔밥은 피하고 싶은 음식이라고.
 
스리랑카에는 없지만 한국에 있는 것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롯데리아나 다방, 노래방은 스리랑카에 없는 것들로, 한국에서 처음 가본 곳들입니다. 나름 신기했고 재미있었어요. 아마 고향에 가면 친구들에게 그 얘기를 들려줄 것 같아요."
 
한국에서 생활하는 10개월 동안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지만 그 사이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못했어요. 챙겨줄 수도 없었죠. 그래서 떠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아요. 뭐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저 잘 살길 빌고 싶습니다."
 
10년 뒤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락말 씨는 "아마도 스리랑카에 있을 것 같고, 아버지처럼 버스를 운전할 것 같다. 남은 기간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올여름엔 해운대에 꼭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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