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몇 해 전부터 수족관에서 살아 움직이는 붉은색의 새우가 눈길을 끈다. 신기한 일이다. 살아있는 새우라고는 톱밥을 채운 상자에 넣은 보리새우 정도가 고작이고, 싱싱한 새우를 먹을라치면 가을에 서해안으로 가야 가능하다 생각했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이 붉은새우들은 사시사철 수족관을 채우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점 또한 부쩍 늘었다. 수산자원의 고갈로 흔히 먹던 것도 줄어드는 것이 이치이거늘, 이 붉은새우 만큼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마냥 혜성처럼 등장했다. 한반도 근해에서 서식하고 있는 새우는 총 39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독특하게 독도 주변에서만 볼 수 있는 새우가 있다. 물렁가시붉은새우, 가시배새우, 도화새우 등이다. 이 셋을 아울러 '독도새우'라고 한다. 어획량이 많지 않아 동해안 일부지역에서만 알려졌거나, 고급 생선초밥의 재료로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 살이 단단하고 단맛이 뛰어나 일부 미식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새우라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제법 대중화되었다. 어찌된 일일까? 장유면에 있는 독도새우전문점 독도횟집을 찾아 그 내막을 살펴보기로 하자.

▲ 독도새우는 회뿐만 아니라 팬에 소금을 깔고 두껑을 덮은 다음 8분 정도 구워 소금구이로 먹으면 특유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일부 지역과 특정인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새우들이다 보니 명칭도 헷갈리고 그 특징 또한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기자 역시 취재 전까지는 두루뭉술하게 아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경우에는 관련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독도 주변 해역의 수산물에 관해서는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독도수산연구센터가 가장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센터에서 발간한 <독도의 해양실물>과 5년째 독도꽃새우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염동원(65) 대표를 통해 독도새우를 차근차근 정리해 보기로 하다.
 
우선은 명칭부터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겠다.
 
▲ 물렁가시붉은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몸의 색깔은 황적색이고 몸 표면에 앞뒤 방향으로 몇 줄의 불규칙한 적색 무늬가 있으며, 매끈하고 털이 없다. 공식 명칭은 물렁가시붉은새우지만 '꽃새우'라는 지방어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헌데 꽃새우라는 공식 명칭을 가진 새우가 따로 있어 혼란을 일으킨다. 서해에서 주로 잡히는 이 꽃새우는 의외로 친숙하고 많이 먹어 온 새우다. 4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새우깡'의 새우가 바로 서해산 꽃새우다.
 
▲ 가시배새우
▶가시배새우=머리에 닭벼슬 모양의 뿔이 있어 '닭새우'라는 지방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생김새처럼 호전적이어서 수족관에 넣어두면 '동족'을 공격하기 일쑤다. 3종의 독도새우 가운데서 생산량이 제일 많고 껍질이 가장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닭새우 역시 '닭새우'라는 공식 명칭을 가진 새우가 따로 있다. 갈색에 가까운 진한 색을 가진 바닷가재가 그것이다. 프랑스 요리의 재료로 애용되는 작은 바닷가재인 '랑구스틴' 역시 닭새우라고 한다.
 
▲ 도화새우
▶도화새우=복숭아꽃처럼 화려하고 곱게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물렁가시붉은새우와 비슷한데 몸통에 있는 무늬의 방향이 다르다. 도화새우는 적색 무늬가 가로 방향인데 반해, 물렁가시붉은새우는 세로 방향이다. 동해쪽 사람들은 서해의 대하에 빗대 '동해의 대하'라고 부르기도 한다. 3종의 독도새우들 가운데 어획량이 가장 적어,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한류성 새우인 독도새우는 울릉도와 독도 인근 해역을 비롯해 오호츠크해, 시베리아, 일봇 홋카이도 등지에 주로 분포한다. 대형 통발을 수심 200~300m 정도의 깊은 바다에 내려서 잡는다. 어획량이 많지 않고 신선도가 생명인 까닭에 항구에 닿자마자 경매가 이루어지고, 배에서 바로 활어차로 옮겨진다. 깊은 바다에 살던 습성 때문에 수족관의 온도와 염도 관리가 관건이다. 통상 활어의 경우 수온은 13~14도 정도, 염도는 2.7~2.8도를 유지한다. 이에 반해 독도새우는 수온은 3~4도, 염도는 3.0~3.2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 조건만 맞으면 수족관에서도 꽤 오래 생존한다.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어패류의 비브리오균은 바닷물의 온도가 18~20도가 되면 발생한다. 따라서 여름철이 되면 활어를 취급하는 횟집마다 수족관의 온도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독도새우는 활어보다 훨씬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까닭에 그만큼 수족관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 대신 회로 먹어도 안전하다. 어획량이 적고 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까닭에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 암수 한몸인 독도새우가 자라면 완전한 암컷이 되는데 배에 있는 알과 몸집 크기로 성별과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2~10월 사이 울릉도와 독도 인근 해역에서 주로 잡히고, 11~1월 사이는 주문진·속초·포항 등의 근해에서 잡힌다. 이때는 크기도 작고 생산량도 적어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공급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독도새우전문점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활어, 문어, 전복, 백골뱅이 등을 함께 취급한다.
 
독도새우의 가장 큰 특징은 '성전환'을 한다는 점이다. 독도새우는 '웅성선숙'하는 '자웅동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암·수가 한 몸에 있는데 수컷이 먼저 성숙한다는 뜻이다. 새우의 알이 성장해 부화하면 먼저 수컷으로 성장하고, 3년차가 되면 완전한 암컷으로 성전환한다. 따라서 크기와 알의 유무를 보고 새우의 성별과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크기가 작은 것은 무조건 수컷이고, 중간 정도 사이즈는 전환되는 과정이며, 크기가 크고 알을 품은 것은 완전한 암컷이다. 보통은 배에 알을 품지만 일부의 경우 머리부분에 알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염동원 대표에 따르면 "머리에 있던 알이 시간이 지나면서 배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한다.
 
이 정도면 물렁가시붉은새우, 가시배새우, 도화새우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을테니, 지금부터는 맛을 보기로 하자.
 
5년 전에 '독도꽃새우'라는 상호로 시작한 '독도횟집'은 김해에서 가장 먼저 생긴 독도새우전문점이고 그만큼 단골도 많은 집이다. 그럼에도 어획량이 많을 때는 한꺼번에 몰리고, 적을 때는 구하기조차 어려워 수급조절이 여전히 힘들다고 한다. 독도꽃새우라는 상호가 독도횟집으로 바뀐 사연 역시 그 때문이다. 새우가 없을 때는 활어회나 각종 어패류로 영업을 이어가야 해서 그리된 것이란다. 인기에 편승해 독도새우전문점을 시작했다가 한두 해를 못넘기고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집들 역시 이런 실정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도새우의 가장 큰 매력은 날것 그대로를 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일식집이나 생선초밥집에서 독도새우가 고급 재료로 취급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물렁가시붉은새우와, 가시배새우를 비롯해 수족관에 몇 마리 보이지 않는 귀한 도화새우까지 날것 그대로의 맛을 비교해 봤다. 육질이 단단하고 탄력이 좋아 살캉살캉 씹히는 식감이 도드라지고 은근한 단맛이 돈다. 저마다 육질과 맛에서 아주 미묘한 차이가 나긴 하지만, 어지간히 신경써서 먹지 않고서는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따라서 결론은 '셋 다 맛있다!'가 될 것이다. "이거 맛들이면 다른 새우는 싱거워서 못 먹지!"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염 대표의 자랑이 빈말이 아니다.
 
회를 몇 점 즐긴 다음에는 소금구이로 가는 것이 정석이다. 대하와 마찬가지로 팬에 소금을 깔고 두껑을 덮은 다음 8분 정도 굽는다. 회에 비해 육질은 더 단단해지고 특유의 향과 맛은 더 활성화됐다. 새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드문 형편이니 남녀노소 누구나 빠져들만한 맛이다. 구이의 경우는 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간혹 머리에 뭉쳐있는 붉은 덩어리는 그 농축된 맛과 고소함이 일품이다.
 
▲ 독도새우를 맛볼 수 있는 장유 '독도횟집'. 가격이 만만찮은 편이지만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회로 먹을 때 따로 떼어 두었던 머리는 그릴에 구워준다. 간혹 기름에 튀겨 주는 경우도 있지만 염 대표는 "이 좋은 걸 굳이 기름에 튀길 필요가 있냐"며 그릴을 고집한다. 그릴에 바삭하게 구운 것은 껍질째 씹어 먹을 수 있다. 회나 소금구이보다 훨씬 진한 맛을 낸다. 이유는 껍질 때문이다. 그릴에 구워진 독도새우의 껍질은 하얀 속살보다 훨씬 진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크기가 작은 것은 통째로 그릴에 굽기도 한다. 기자의 입에는 이렇게 구운 것이 가장 맛있게 느껴졌다. 굳이 크기가 큰 것을 고집하기 보다는 작은 것 여러 마리를 그릴에 구워, 맥주 안주로 먹으면 기가 막히겠다 싶다. 새우의 껍질에는 키틴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것과 더불어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성분이 있어 숙취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오랜 단골들 중에는 일단 소금구이로 구운 다음 다시 그릴에 구워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회나 구이를 어지간히 먹은 다음에는 식사로 독도새우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나 라면도 즐길 수 있다. 귀하신 몸이다 보니 1인당 3만~5만 원 정도의 예산을 잡아야 할만큼 만만찮은 가격이다. 하지만 시쳇말로 '돈값'을 하는 만큼 한번 맛보고 나면 그 맛을 잊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독도횟집 염 대표의 휴대전화에는 600여 명의 단골 전화번호가 등록돼 있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가격이 비싸다 보니 고객들에게 미리미리 문자를 보내 마음의 준비를 할 기회를 주는 셈이다. 큰맘 먹고 한번 '지르고 싶을 때'를 대비해 염 대표의 단골로 등록해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메뉴:독도꽃새우(6만원~10만원)
▶위치:김해시 장유면 무계리 151-8
▶연락처:055-314-0070





박상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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