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유면사무소 민원실의 대기번호 알림판이 대기인원 46명을 나타내고 있다. 웬만한 관공서 민원실이나 은행창구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숫자다. 장유의 행정능력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구 15만 명에 면사무소 1개가 말이 됩니까?"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 30여분을 넘게 대기한 오수진(31·장유면 율하리) 씨가 결국 분통을 터뜨렸다. 오 씨는 올 1월 가족과 함께 장유면 율하로 이사 왔다. 그녀는 현재 임신 5개월이다. 율하에서 면사무소까지는 버스로 꼬박 40여분이 걸렸다. 임신부가 감당하기엔 너무 먼 거리다. 이후의 상황도 첩첩산중이었다. 민원인 대기실은 불과 100㎡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이미 다른 민원인들로 가득 찬 상태였다. 그녀는 무거운 몸을 편히 쉬지도 못한 채 콩나물시루 같은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차례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장유면사무소가 행정능력 한계에 부딪혔다는 주장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16일 장유면 분동에 대한 주민 여론조사 결과(반대48.9%, 찬성39.3%)가 발표되면서부터다.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주민 수 대비 공무원 수가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식 집계된 장유면 총 인구수는 2010년 기준으로 모두 12만 3천명이다. 이는 경남지역 인근 시(市)인 밀양(11만4백79명)과 사천(11만4천8백42명)의 총 인구수보다도 많은 수치다.
 
하지만 행정시설은 면사무소 1곳뿐으로 해당 공무원도 38명에 불과하다. 단순히 통계로만 따지면 공무원 1인당 3천222명의 주민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1인당 3천여 명을 살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행정 서비스의 질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면사무소 공무원들은 실제 업무량은 통계치보다도 훨씬 과도한 편이라고 호소했다.
 
"화장실 가기도 눈치 보입니다." 민원담당 한경용 계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민원실은 주민등록증 발급, 전입신고 등 기본적인 행정민원을 담당하는 부서다. 그만큼 일도 많다. 하루 평균 1천 건의 민원이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많을 때는 2천 건이 훌쩍 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공무원은 한 계장을 포함해 모두 11명 뿐이다. 그나마 그 중 2명은 출산휴가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시 자리를 뜨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다 바쁜 처지에 동료에게 일을 떠맡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손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공무원들은 휴가는커녕 출장도 제대로 못 가는 형편이다. 조 계장은 "6급 이하 공무원은 80시간의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장유면사무소 공무원 들 중 제대로 교육을 이수하고 있는 직원은 한 명도 없다"며 "행정서비스 차원에서도 분동은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생활지원실도 갑갑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기준 장유면 복지계층은 모두 2만183명이다. 하지만 주민생활지원실의 직원은 사회복지사 3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다. 장유면은 지역적 특성상 복지혜택 계층이 유독 많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사할린동포(101명)와 북한이탈주민(93명)은 타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복지계층이다. 기초생활수급자(1천912명), 장애우(4천266명), 보육료지원(6천920명)처럼 전체 인구수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가율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 1명이 4천여 명의 장애우를 담당하는 등 기형적인 업무구조가 발생하고 있다. 행정서비스의 질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주민생활지원실 김보호 계장은 "복지업무는 민원인과 담당공무원이 정서적 공감을 토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장유면 주민생활지원실 공무원들은 민원인의 자택 방문은 꿈도 꾸지 못한다"면서 "이 구조가 반복되는 이상 진정한 복지실현은 점점 멀어진다"고 호소했다.
 
장유면의 인구는 도시계발계획(1996년)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 현재는 12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15년 전에 비해 무려 15배가 증가한 수치다. 인구수로만 보면 일개 시보다도 많다. 행정수요도 더불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면사무소 1개소가 감당하기엔 벅찬 양이다. 하지만 행정구역이 면으로 묶여 있는 이상 대책은 없어 보인다. 분동에 대한 갈등이 깊어지는 동안 장유면사무소는 공무원들 사이에게 '공무원의 무덤' 이라고 불릴 만큼 기피 장소가 돼가고 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