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가 장유면의 행정체계를 2개의 동으로 쪼개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기형적인 행정 체계를 바로잡자니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고, 그대로 두자니 행정능력의 한계가 불보듯 하다. 사진은 아파트 단지와 상가가 발달한 장유 중심가. 박정훈 객원기자

선택의 기로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곤란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상황을 '딜레마(dilemma)'라 한다. 김해시 장유면의 동전환 문제가 꼭 그렇다. 그대로 놔두자니 기형적 행정 체계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찮고 추진하자니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1990년 대 중반 신도시로 개발된 장유면은 계속된 팽창으로 인구가 12만 명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행정체계는 여전히 '면'이다. 공무원 정원도 38명에 불과하다. 공무원 1인당 담당하는 주민 수가 무려 3천200여명이다. 부원동, 내외동은 2천 명 미만이다.
 
장유면의 행정체계가 이렇듯 기형적이다 보니 문제점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 민원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월요일이나 금요일의 경우 간단한 민원 서류 한 장 발급받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동 단위에 들어서는 주민자치센터가 없어 지역민의 욕구를 반영한 문화 행정은 꿈도 못 꾼다.
 
장유면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새 장유면 발령은 김해시 공무원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 됐다.
 
치안도 문제다. 동 단위 치안센터가 없으니 장유지구대 1곳에서 밑바닥 치안을 담당한다. 최근 장유에서 절도나 폭력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김해시는 2012년까지 장유면을 쪼개 2개의 동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김해시의 계획에 대해 장유면민들은 대체로 뚱한 반응이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분동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39.3%, 반대 의견이 48.9%로 나타났다.
 
면으로 남을 경우 농어촌 지역으로 분류돼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료 감면, 대학특례입학, 학비 감면 등 각종 혜택들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행법상 인구 2만 명 미만으로 농어업 등 1차 산업종사자가 전체의 60%가 넘을 때 면 단위 행정체계를 갖출 수 있다. 장유면의 1차 산업 종사자는 24%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 면민들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직장에 출퇴근하는 '도시인'들인 셈이다.
 
꼭 법률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도시가 주는 편의를 누리고 있는 장유면민들이 낙후된 농어촌 지역에 주는 배려를 그대로 누린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김해시는 동으로 전환하면 행정 서비스 향상은 물론 지역 맞춤형 도시 개발이 가능해져 장유면민들이 잃을 수 있는 실익을 만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2년까지 동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김해시가 어떻게 장유면민들을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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