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인 제가 필리핀 사람이고 아내는 한국사람이니까 다문화 가족이 맞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문화 관련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문화 여성을 위한 교육 및 지원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지만 다문화 남성에 대한 배려는 늘 아쉬워요."
 
다문화 사회를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한창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라는 곳에서는 이주 여성들의 원활한 정착을 돕기 위해 한국어 교육과 문화교육, 육아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주민센터 라함 등 민간단체에서도 다문화 여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 시대를 맞아 다양한 사회적인 노력이 펼쳐지고 있지만, 지원이 한쪽으로만 편중돼 있다는 것이 필리핀에서 온 레이(34·지내동) 씨의 생각이다.
 
"다문화 관련 지원들이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가 볼 때에는 다문화 여성을 위한 지원일 뿐입니다. 저 같은 다문화 남성들은 막상 교육에 참가하기도 어렵고 교육 내용도 다문화 남성들과는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다문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취업, 지원 등의 측면에서 역차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레이 씨는 2008년 필리핀에서 만난 연상의 아내와 함께 한국에 왔다. 아내의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고민이 시작됐고 한국에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부산에 터를 닦으려 했지만 김해에서 취업을 하게 됐고, 지금은 지내동에 살고 있다.
 
"원래 부산에서 살려고 했어요. 그런데 낯선 땅에서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게 쉽지는 않겠다고 판단했는 지 아내가 지내동에 집을 얻었습니다. 김해에 살게 된 계기예요."
 
레이 씨는 한국에 오자마자 일자리를 구했고, 지금은 온열매트에 들어가는 원단을 만드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형편이 그리 좋은 편은 못됩니다. 지금은 제 수입이 전부인데 여느 외국인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이예요. 그래서 아내가 고생이 많아요. 필리핀에 오래 살다보니 아내가 필리핀어를 제법 잘 하는데 통역 등을 하면 가계에 보탬이 되지만, (아내가) 이주여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에서 차별당하기 일쑤예요. 즉,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다문화 여성은 되고, 필리핀인 남편과 결혼한 다문화 한국 여성은 안된다는 논리예요. 다문화 관련 기관 등에서 때로는 노골적으로 그런 얘기를 하니까 아내가 몸시 힘들어 합니다. 마음이 아플 수밖에요."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하는데 이해되지 않는 일도 있다.
 
"거리에서 어깨를 부딪치면 서로 미안하다고 하는 게 도리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어요.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칭찬에도 인색한 것 같아요. 너무 비판만 했나요?"
 
레이 씨는 "한국에서 사는 게 어려운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다. 그래서 때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의연하게 받아들였다"면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힘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준을 앞세우기 보다 타인을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개성이 중시되는 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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