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부원동에 위치한 기운차림 식당에서는 천 원으로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사진/김병찬 기자 kbc@
3년전 식당운영자금 모아 시작
천원으로 해결하는 따뜻한 점심

돈 더내고, 뒷처리도 하는 손님
어려운 이웃들 방문 기다려

요즘 세상에 천 원짜리 한 장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을까?
 
부원동에 있는 기운차림 식당. 이곳에서는 천 원이면 한 끼를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힘들지만 열심히 사는 우리 이웃들을 위한 장소다.
 
지난달 31일, 점심때가 끝나갈 무렵 기운차림 식당으로 가봤다. 하얀 쌀밥이 밥솥에 가득했다. 옆에는 두부조림과 멸치볶음, 깍두기가 담겨져 있다. 시원한 미역국도 준비돼 있다. 점심을 먹으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천 원을 꺼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오자 자원봉사자들은 직접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아 드렸다.
 
"3년 전부터 김해지역의 뜻있는 분들과 함께 식당 운영 자금을 모았어요." 기운차림봉사단 차화정(42·여) 김해지역 단장이 말했다.
 
차 단장의 말처럼 이곳은 봉사자들의 오랜 정성으로 만들어졌다. 식당은 지난 4월 18일 문을 열었다. 현재 장소를 찾는 데만 근 1년이 걸렸다. 월~금요일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한다. 하루에 100명분의 음식이 마련돼 있지만,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70~80명 정도 이용하고 있다. 혹여나 못 먹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조금은 넉넉하게 음식을 마련해두기도 한다.
 
"인근 새벽시장에서 음식재료를 구해 와서, 최대한 집밥처럼 정성스럽게 만들어요. 그것이 인기가 많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차 단장은 지난달 기운차림 식당이 적자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쌀도 기부를 받고, 반찬도 가능하면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어버이날 행사로 무료급식 행사도 했다. 읍·면·동 사무소와 김해 생명의 전화에서 홍보를 해준 덕분에 많은 독거노인분들이 찾아왔다.
 
한 끼 식사가 왜 천 원일까?
 
"무료급식을 할 수도 있지만, 드시는 분들도 당당하게 드실 수 있도록 천 원을 받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은 분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이니까요."
 
가끔 2, 3천 원씩 돈을 더 내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천 원만 주고 먹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맛이 좋아서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 손님들은 먹고 난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남은 음식 찌꺼기 처리도 각자 알아서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친절도 음식 맛을 돋운다. 요리하랴, 뒷정리하랴, 힘들 법도 한데 '힘들지 않아요?'라는 질문에 오히려 손사래를 친다.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니 음식도 정성스럽게 만들게 된다고 한다.
 
현재는 인근에서 근무하는 시민들이 손님으로 찾아오지만, 새벽부터 나와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점심을 먹으러 오는 할머니들처럼 어려운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이용했으면 하는 게 차 단장의 바람이다.
 
"맛있게 음식을 드시는 모습만 봐도 뿌듯하죠. 비록 식당은 작지만 우리 사회가 좀 더 긍정적이고 밝아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시간이 오래 흐르면 김해지역의 명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오후 1시. 기운차림 식당이 마칠 시간이 다 됐다. 그때 '남은 밥이 있느냐?'며 물어보는 사람들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자원봉사자들이 얼른 들어오라며 손짓한다. 기운차림 식당,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식당이다. 문의/055-326-8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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