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맘껏 공부하고 활동하며 만나는 공간을 꿈꾸지 않는 여성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여성 시의원임에야 말할 나위가 있을까. 30년 전에도 김해지역에서 여성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고 변진수 김해여성복지회관 회장을 비롯해 김해의 많은 여성들이 성금을 모으고, 곗돈을 붓고, 새마을 적금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세월이 30여 년 흐른 지금, 전국의 여성회관들은 몇 년 전부터 현저하게 줄어든 역할과 기능 때문에 어떻게 변신할지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취미교실·문화강좌·취업교육센터 운영 등 기존의 여성회관이 해왔던 일은, 현재 주민자치센터·여성인력센터·동 단위의 문화센터 등에 그 역할을 넘겨준 상태이다.
 
그래서 기존의 여성회관이 여성정보센터나 여성개발센터 등으로 그 기능을 변화시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상황이고, 운영비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한 여성센터 예산으로 골머리를 앓는 도시도 많다.
 
사실 지자체 장의 업적주의는 거대 건물을 양산하고 있으며, 지자체마다 앞으로 밀어닥칠 어려움을 예감하고 있지 않은가? 당장 인근의 진주여성웰빙센터도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시설이라 들었다.
 
김해시도 내년부터 '시 재정이 750억 원 적자'라는 소리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건물을 짓는다'는 소리만 나와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사실 건물이란 짓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하물며 살림을 아는 여성 시의원으로서 여성센터가 예외가 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부산~김해경전철 하자보수와 비 가림 시설에 들어갈 돈이 30억 원이 넘는다는 신문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포스코로부터 지역기부금을 받아 여성센터를 짓고 나면, 하자 보수는 언제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전혀 이야기가 없다. 결국 여성센터만 짓고 비 가림 시설과 하자보수는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지난 5회 지방선거부터 바뀌는 김해시장마다 여성센터를 짓겠다는 소리를 계속 해왔다. 그러나 역대 시장이든 현 시장이든 누구도 그 공간을 이용할 사람들을 모아놓고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어떤 건물이 여성친화도시에 어울리는 생태건물인지'에 대해 고민한 적은 없다. 시민 공청회를 하거나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여성센터를 세우려는 노력도 별로 보여주지 않았다.
 
여성 의원으로서 여성센터를 짓는다는 데는 당연히 찬성한다.
 
하지만 여성 의원이기에 어떻게 짓는지, 진정 여성이 원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또 새로 지은 여성센터에다 운영예산을 다 투자한다면, 여태껏 적은 예산으로 열심히 일해 온 여성단체들이 큰일이겠다 싶어 시정질문을 했다. 시는 여성센터의 운영비가 들더라도 현재 여성권익 일을 하는 여성복지회관, 인력개발센터, 여성회, 여성의 전화 등 관련 기관의 예산은 그대로 주겠다고 답변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여성센터의 활성화가 곧 여성 발전이다. 덩치만 커진 여성센터 때문에 오히려 북부·회현·서상동, 장유면 등에 있는 지역 여성단체의 다양한 자생력이 사장되고 여성문화의 다양성이 줄어들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여전히 김해여성센터는 농업인회관이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처럼 접근성 문제나 기존의 시설물과의 변별성·기능성·운영 예산 등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김해시의 합리적 사고와 노력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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