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사는 김해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8일 오후 3시 서상동 김해다문화체험관. 왁자한 웃음소리가 건물 밖으로 흘러나왔다. 한국말과 다른 나라말이 섞여 있었지만 흥겨운 분위기였다. 웃음의 주인공들은 한국 땅에 시집온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정 주부들과 그들의 친정 부모들. 친정 부모들은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초청으로 지난 6일 김해를 방문했다.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딸이 사는 한국 땅을 밟았다는 친정 부모들은 베트남말로 행사 관계자들에게 연방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시집온 지 2년 된 호티드억(23) 씨의 어머니 휜김무오이(57) 씨는 6개월 된 손녀 오상미 양을 안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너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시와 센터에서 비용을 지원해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딸애 아빠도 오고 싶었지만 몸이 안 좋아 오지 못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호티드억 씨는 "한동안 적응도 안되고 해서 너무 슬펐다. 그럴 때마다 고향 부모님이 그리웠다. 아기를 낳고 나니 부모님이 더 보고 싶었다"며 엄마를 양 팔로 꼭 안았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베트남 이주여성 쩐티창(22) 씨의 아버지 쩐반번(67) 씨와 아내 팜티뒤엔(64) 씨도 활짝 웃으며 사위 조병욱(41) 씨와 손녀 조연두(5개월) 양을 바라보았다.
 
베트남 북부지방에서 농사를 짓는 쩐 씨 부부는 농번기로 바쁜 시기이지만 딸 나라의 초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팜티뒤엔 씨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화면으로 손녀를 볼 때마다 만져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었다"며 "먼 이국 땅에 시집을 보내 항상 걱정이고 불안했는데 이제 딸의 가족을 보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쩐티창 씨는 "2년 전에 한국으로 시집와 열심히 살았다. 부모님한테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는 살림 탓에 항상 마음 뿐이었다"며 "두 분 다 건강이 좋지 않아 영영 못 보는 게 아닌가 걱정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조병욱, 쩐티창 부부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결혼식을 장인, 장모의 방문을 맞이해 지난 10일 김해시청에서 했다. 조 씨는 "센터 측의 배려로 어려운 만남이 성사돼 감사하다. 초청 사업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초청 가족 사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베트남어와 우리말을 번갈아 하며 통역을 한 주부 정영미(26) 씨도 베트남 출신의 귀화 여성이다. 정 씨의 아버지 즈엉반덥(62) 씨와 어머니 쩐미레(61) 씨도 이번 초청 행사에 포함됐다. 즈엉반덥 씨는 "둘째 손녀 길선(3)이 태어났지만 직접 얼굴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외국인 며느리를 아껴주고, 거기에다 친정 부모까지 챙겨주는 한국인의 배려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초청된 이들은 오는 24일까지 한국문화·요리 체험, 김해 시티투어, 기념촬영 등을 마친 뒤 귀국하게 된다. 소요 경비는 김해시와 센터가 지원한다.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혜영 센터장은 "이주 여성들의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고 한국 사회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초청 사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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