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진을 떨쳐내고 이번 소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낸 김승현 양이 미소를 짓고 있다.
자세 안좋고 기록부진으로 마음 고생
체전 2달 전 연습 성과, 금메달 획득
좋은 선수·좋은 체육교사가 꿈

"전국소년체전을 나가기 전에는 쉬는 시간 빼고 오전, 오후, 야간 훈련을 했어요. 신기록 세웠을 때는 그냥 눈물밖에 안 나왔어요."
 
동그랗고 앳된 얼굴의 김승현(16)양 목 아래쪽에는 타원형의 상처가 두 군데 있다. 하얗게 쓸리고 살갗이 벗겨져 있었다. 손등은 부드러운데 손바닥은 단단하다 못해 딱딱했다. 처음에는 피가 나고 아팠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며 웃었다. 김 양은 역도 꿈나무다.
 
지난달 26일부터 4일간 경기도 일원에서 열린 제 41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역도 69㎏급에 참가한 영운중학교 김승현 양은 인상, 용상, 합계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해 3관왕을 기록했다.
 
"남학생들이 동메달을 먼저 따놔서 경기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그래도 막상 시합장에 나가니까 떨렸었죠." 그때 정수용 감독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메달에 신경 쓰지마. 내가 연습한 것만 보여준다고 생각해. 오늘을 즐겨라." 김 양은 크게 긴장하지 않고 시합장에 나갔다.
 
인상에서 라이벌 학생이 3차시기까지 모두 놓쳤다. 김 양은 자신도 모르게 성급히 들어 올리다 1차시기를 실패하고 말았다. 감독과 코치가 올라와 차분히 하라고 말해 준 뒤 연달아 성공을 했고 85㎏을 기록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 용상에서도 김 양은 좋은 성적을 거뒀다. 108㎏을 들 시기가 오자 경기 운영 관계자가 말했다. 이것만 들면 중학생 한국 신기록이라고.
 

정 감독이 나중에 밝힌 이야기이지만, 사실 김 양은 연습 때 이미 한국 신기록을 깼다. 연습한 만큼만 보여 달라던 정 감독의 주문이 통했는지 김 양은 용상(108㎏)과 인상·용상 합계(193kg) 부문에서 중학생 한국 신기록 2개를 수립하는 쾌거를 올렸다.
 
김 양이 역도를 처음 시작한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몸이 유연하고 힘이 좋았던 김 양은 담임교사의 권유로 역도를 처음 시작하게 됐지만, 역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호기심만 갖고 운동을 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기도 했다.
 
소년체전을 준비하면서 언제가 제일 힘들었냐는 질문에 김 양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자세도 안 좋고, 기록도 안 나오니까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몇 달 동안 방황도 하고…."
 
역도는 자칫 잘못 하다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자세가 중요하다. 김 양은 올해 초만 해도 자세가 좋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 조혜정 코치는 김 양에게 이렇게 하다간 메달을 못 딸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빨리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감독, 코치, 선배 모두가 김 양을 다독이며 격려했다. 역도를 그만뒀을 때 다시 해보지 않겠냐고 설득했던 엄마의 힘도 컸다. 다행히 소년체전 나가기 2달 전부터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메달을 따니까 그동안 고생했던 게 보람 있어요. 신기록을 세웠을 때는 너무 좋았는데 아무생각도 안 났어요."
 
김 양은 운동을 계속해서 좋은 역도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훗날에는 학생들을 잘 보듬어주는 체육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역도는 혼자 하는 운동이자,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어렵고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끝까지 잘해내고 싶어요." 지금 이 시간에도 김해의 역도 꿈나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