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모마을은 한 때 100여 가구가 살았을 정도로 큰 규모의 마을이었다.  김병찬 기자 kbc@

진례 가장 북쪽에 있어 진영과 가깝고 공장 많은 외형과 달리 옛 시골 풍경
시 지원 '청내골 참기름' 브랜드 사업 5년째 경로당서 이어오며 인기상품

'고모실' 이라고도 불렸던 진례면 고모리 고모(古慕)마을. 송아지가 어미소를 그리워하며 되돌아보는 모습에서 생겨난 이름이라고 <김해지리지>는 전하고 있다.
 
고모마을은 '황새봉'의 산줄기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은 황새봉을 두고, 달이 뜨는 곳이라 해서 '달덩이 산'이라 부르며, 바위가 둘로 갈라진 '벌어진 바위'가 있다고 전한다
 
고모마을은 진례면의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어 진영과 가까운데, 마을 주변에는 공장이 꽤나 많이 들어서 있다. 그렇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갈수록 마치 옛날의 시골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오래된 집들이 많기 때문이다. 흙으로 만든 담장과 낡은 슬레이트 지붕…. 족히 60년은 넘어 보이는 오래된 집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빈 집들도 있지만, 아직도 낡은 집을 지키며 사는 어르신들도 있다.
 
한 때는 100호가 넘었을 정도로 크고 북적였던 곳인데, 지금은 70여 가구 100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을 뿐이다. 오래 전에는 초가집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었다니, 오늘날 그 모습을 보았다면 가히 장관이었을 테다.
 
▲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집들이 정겹다.
지금은 인근에 공장이 많이 생겨난 탓에 외국인 근로자들의 숙소가 마을에 생겨났고, 그래서 외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마을 입구에 석탑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마을에 기골이 장대한 아이가 태어나자 역적이 돼 화를 부를까봐 이를 막기 위해 세웠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봤지만, 안타깝게도 석탑을 찾을 수가 없다.
 
도로변에 자리잡은 고모마을회관 뒤쪽으로 돌아나가면 길을 따라 제법 큰 도랑이 형성돼 있다. 가물어서 물이 거의 없지만, 비가 오면 마을 뒤편의 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도랑을 채운다고 한다. 고모마을 노인정 바로 왼쪽에는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밑으로 정자가 있고, 자그마한 아이들의 놀이터가 조성돼 있다. 그 옆엔 고모소류지가 있다.
 
공장이 들어서기 전이었던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고모마을 일대는 온통 논과 밭이었다.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이 고모소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일제시대때 부역을 해서 만들었다고 하니 100년 정도는 됐죠. 우리 어릴 때는 이 소류지가 놀이터나 마찬가지였어요." 고모마을 노인회 이상돌(69) 총무가 말한다.
 
고모소류지에 다가가면 뽀글뽀글 물풀들이 숨쉬는 소리가 들린다. 오랜 시간 고여 있었던 탓인지 물은 탁해보인다. 마을에서는 이 소류지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부단히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공장들이 늘어나 농지가 줄어들면서 물을 끌어다 쓰는 곳이 점차 줄어들었고, 그러면서 물이 고이게 되자 청소를 해도 금세 녹조류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래도 이 소류지는 100여 년의 세월동안 고모마을 주민들에게는 여러모로 유용했던 곳이자, 어렸을 적 멱을 감고 놀았던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 고모마을 뒤편의 모습.
산에서 물이 흘러내려 오니 물이 흔할 법도 한데, 고모마을은 의외로 물이 귀한 곳이다. 공장들이 물을 많이 쓰다 보니 물이 더 귀해졌다고 한다.
 
마을 경로당 2층에 올라가 보니 여러 종류의 기계들이 구비돼 있다. 참기름 짜는 도구들이다. 이 마을에서는 '청내골 참기름'이란 브랜드로 참기름을 짜고 있다. 시에서 지원을 받아 2007년부터 참기름 짜는 일을 시작했으니 벌써 5년째다. 인근 주민들 말로는 고모마을의 참기름, 그 고소한 냄새가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상품이다. 이곳에서 참기름을 짜는 고모마을 주민들은 65~70세의 어르신들. 10명이 다섯 팀을 이뤄 돌아가며 일을 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이 순박하고 마음이 착하기로 소문났었죠." 길을 가던 한 어르신이 한 마디를 거든다. 마을의 외형은 많이 변했지만, 지금도 주민들은 정겨운 옛 모습을 지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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