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향(69) 동아대 총장은 교육행정가로서 평생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이력에서 도드러지는 부분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등 4명의 대통령을 원·근거리에서 보좌한 점이다. 박 대통령 시절인 1978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후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당시 사회복지수석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끝으로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 청와대에서 생활했다. 물론 중간중간에 문교부와 교육부에서 봉직했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교육부 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명의 대통령이 그를 좋아한 것은 업무 처리가 깔끔한 데다 모나지 않은 성격 덕분일 것이다. 그는 타고난 선비 스타일이다. 말이나 행동에 군더더기가 없고 '정도'가 아니면 가지 않는다. 매사에 무리하지 않고 중용의 도를 지키려 노력한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 시절 정계 입문을 몇 번 권유받은 적이 있으나 '선거'가 싫어 사양했다고 했다. 선거는 어차피 남과 싸워야 하고 남의 허물을 들춰내야 하는 일이 싫었기 때문. 그는 남의 단점은 입에 담지 않으려 애쓴다.

늘 바쁘다는 그를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요즘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쁘십니까.
 
▶기본적으로 하루에 처리해야 할 업무량이 많을뿐더러 이래저래 만나야 할 분들이 많다 보니 그렇습니다. 오늘(12일) 일주일간 중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만, 13일 예정인 '동아 비즈니스 포럼' 창립대회를 준비하느라 학교 전체가 분주합니다. 동아대 출신의 기업인과 정치·경제·문화·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동아대와 인연을 가진 분들을 한데 묶어 주는 마당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동아대 출신의 기업인들이 많으나 이 분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할 매개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모교에서 이 분들에게 상호 도움이 되고 상생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고, 대학으로서도 외연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교원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전임교수 및 강의전담교수 초빙을 하고 있으며, 부민캠퍼스의 국제회관 건립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외 지금 정시모집 중이어서 대학 구성원들은 너나 가릴 것 없이 다들 바쁩니다.
 
▶김해에 대한 추억을 더듬어주시죠.
 
- 김해 삼정동의 삼성초등학교를 나왔습니다.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각 학년에 한 반뿐인 소규모 학교였습니다. 삼정동 저희 집에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6·25전쟁 때는 국민방위군이 학교를 점령하였고, 피란민들이 학교에 임시로 있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도 살기 힘들었지만 피란민들은 더 어려워 개구리를 잡아 삶아서 밥 대신 먹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였지만 전쟁이라는 것은 일어나서는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전쟁 때는 정말 모든 게 열악했습니다. 그때 현재의 김해공항에 미군부대가 있었어요. 하루에 한 번 미군부대 쓰레기차가 마을 개천에 와 쓰레기를 버립니다. 그러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쓰레기를 뒤집니다. 참으로 비참한 장면이었지요.
 
또 미군부대에 가면 헬기와 폭격기 등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초등학교 4, 5학년 때 집에서 걸어 간 적이 있습니다. 다른 마을을 거쳐 가면 소위 '통행세'라 하여 그 마을 아이들에게 두들겨 맞기 때문에 마을길을 피해 논길로 간 기억이 나는군요.
 
중학교는 김해중학교를 다녔는데 집에서 활천고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그때 왜 그렇게 고개가 높게 느꼈지던지, 무척 힘들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 특별한 인생관이 있습니까.
 
- 저는 뭐든지 열심히, 성실히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제 성격이 보기보다 소극적입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잘난 체하거나 나서지 않는 성격입니다. 제 경력에 비추어 볼 때 제가 대단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나, 저를 아는 분들은 제 스타일을 금방 알아챕니다. 또한 과도한 것을 피합니다. 제가 과요불급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제 성격과 관련이 있습니다.
 
▶ 요즘 대학도 치열한 경쟁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동아대의 생존 전략은 무엇입니까?
 
- 앞으로 5년, 10년 동안 학생들 수가 많이 감소합니다. 지방 사립대학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동아대 역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국 실력입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 실력만 갖추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든다면 이번에 행정고시 전체 수석을 동아대 관광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상목 군이 차지했습니다. 응시생 중에는 우리나라 최고 대학 출신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동아대 재학생이 그들을 물리치고 전체 수석을 했다는 건 이상목 군이 그만큼 실력을 갖췄다는 뜻입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실력을 쌓아야 서울로, 동아시아로,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김해뉴스>에 당부할 말씀이 있습니까.
 
- 가능하면 비판적인 기사보다는 따뜻한 이야기와 거창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노력해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많이 담아냈으면 합니다. 조그만 식당을 하더라도 어렵게 자수성가한 사람이면 삶의 자세에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나 지자체 등에 대해서도 비판만하고 어떻게 해주기만 바라는 것보다는 잘 하는 일을 먼저 자꾸 칭찬해 주다 보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들을 낼 수도 있을 겁니다.


조규향 총장은 ──────
1942년 김해시 어방동에서 태어났다. 삼성초등학교, 김해중학교, 경남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순천향대학교에서 명예교육학 박사를 취득했다.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교육과학기술부(당시 문교부) 사무관으로 첫 발을 디딘 후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1978년 박정희 대통령 당시 비서실 행정관에 발탁된 후 줄곧 청와대와 교육부를 오가며 교육행정을 입안·조정하는 일을 했다. 1990년부터 3년간 문교·교육부 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서울디지털대학교·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에 이어 동아대 총장까지 역임함으로써 '총장 전문가'라는 애칭을 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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