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물가가 작년 말에 비해 배가량 치솟아 가계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동상동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이 크게 오른 물가에 물건을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사진=김병찬 기자

새해 들어 물가 오름세가 심상찮다. 때마침 불어 닥친 한파 속에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차갑기만 하다. 소한 추위가 몰아닥친 지난 6일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내외동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찾아 직접 생필품 가격을 알아봤다.
 
전통시장의 경우 지난해 파동을 몰고 왔던 배추는 1포기에 4천500원, 어른 손바닥 크기의 무는 개당 1천원, 대파는 7개를 한 묶음으로 묶은 1단에 2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또 생갈치는 1마리에 1만원, 20㎝정도 크기의 고등어는 1마리에 1천200원, 생오징어는 2마리에 5천원으로 지난해 연말에 비해 평균 배 이상 올랐다.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못하고 몇 번이나 물건 값을 물어보고 조금이라도 깎아보려고 흥정을 벌이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나왔다는 주부 박명숙(전하동) 씨는 "생선이나 채소는 재래시장이 싱싱하고 싸게 팔아서 자주 찾는 편인데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올라 놀랐다"면서 "오늘 5만원 가지고 장을 보러 나왔는데 구입한 것도 별로 없이 돈을 다 써버렸다"고 말했다.
 
생선과 과일, 야채 등 먹을거리 가격이 껑충 뛰어오르자 상인들도 울상이다. 30여 년째 생선가게를 하고 있다는 이춘자 할머니는 "요새 날씨가 안 좋고 물고기가 안 잡혀서 생선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가격이 내려야 장사도 잘 될 텐데 이대로 가다간 큰일이다"고 말했다.
 
동상동 전통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찾는 이곳은 추운 날씨에다 생필품 가격이 많이 올라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제삿장을 보러 나온 주부 서너 명이 눈에 들어올 뿐 도통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최저가를 외치던 대형할인마트도 생필품 가격 상승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 CJ제일제당 등 대기업들이 설탕 값을 전격 인상한 데 이어 밀가루 가격도 인상을 앞두고 있어 빵과 라면, 제과 등도 줄줄이 인상대기 중이다.
 
홈플러스 김해점의 경우 지난해 연말에 비해 과자와 우유 가격은 평균 20%, 분유는 13% 올랐다. 파이류는 지난해보다 400원이 올랐고, 스낵류도 100원 올랐다. 또 사탕과 초콜릿은 400원, 시리얼은 200원이 올랐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라면은 아직 가격인상은 없지만,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라면 값도 오를 수밖에 없어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두부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연말 2천740원하던 두부 한모 가격은 3천300원으로 560원이 오른 데다 두부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두부 중량을 대폭 줄였다. CJ는 20g, 풀무원은 무려 40g을 줄여 소비자들은 2중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생선과 채소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명태의 경우 대형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 4천480원에서 5천원 올랐고, 생갈치는 1마리에 무려 2만원에 육박하는 1만9천800원에 팔리고 있었다. 고등어 가격은 지난해 연말에 비해 40%나 올랐는데 500g짜리 1마리 가격이 5천43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내동에 사는 주부 이문희 씨는 "생선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작년에 2마리 살 수 있었던 돈으로 올핸 1마리밖에 살 수 없는 실정이다"라고 푸념했다.
 
홈플러스 김해점 박재현 매니저는 "연초부터 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올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지만, 김해시내에 대형마트가 한 곳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오른 데다 새해 들어 도시가스와 LP가격이 인상됐고 주유소 기름 값은 연일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또 대학등록금과 공공요금, 각종 서비스요금도 줄줄이 인상돼 서민들의 가계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 같은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곡물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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