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디(남지영·28) 씨는 한국음식을 잘 하는 필리핀 새댁이다. 지난 2008년 한국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고, 지금은 강서구 강동동의 한 음식점에서 주방장인 남편과 함께 일하고 있다.
 
쥬디 씨는 못하는 한국 음식이 거의 없다. 수제비와 전 등 음식점의 주 메뉴는 물론 그와 곁들여지는 다양한 반찬 등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직장이 음식점인 터라 요리하는 속도 역시 중요한데 수제비 10그릇, 파전 3개를 순식간에 해내는 쥬디 씨이다.
 
그의 활약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심지어 한국인들이 삼겹살과 곁들여 먹는 파무침 등 일반 주부들에게 생소한 요리 및 구색 맞추기도 척척 해낸다. 맛도 심상치가 않다. 쥬디 씨의 이국적인 얼굴만 보면 '과연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지만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 의해 이미 실력이 검증된 상태.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할머니조차 쥬디 씨의 된장찌개 마니아이다.
 
쥬디 씨가 4년 만에 한국음식의 숨은 달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주방 일을 하고 있는 남편의 도움이 무엇보다 컸다. 한 음식점에서 함께 일하면서 곁눈질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종종 궁금한 것을 남편에게 물어보면서 지금의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요리를 잘 하는 한 요인이 됐다. 부모를 일찍 여읜데다 형제들이 많았던 탓에 공부를 할 수는 없었지만 요리만큼은 늘 즐겼다. 발군의 요리 실력은 어린 시절부터 입증됐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필리핀에서 열린 스파게티 요리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던 것. 쥬디 씨는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것이 즐겁다. 먹는 분들도 맛있다고 칭찬해 주니 실력이 더욱 쌓였던 것 같다. 칭찬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음식점에서 남편과 일하다보니 시간 내기가 수월치 않다. 여행을 가기도 힘들고 외식조차 큰 맘을 먹어야 한다고.
 
쥬디 씨는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잡념이 없어져 좋다.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으면 주로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도 힘든 게 있다. 형제들과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하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다. 형제들 얘기가 나오자 쥬디 씨의 눈에서는 이내 눈물이 흘렀다. 쥬디 씨는 "형제들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큰 고통이다. 보고 싶어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형제들을 보러갈 형편은 못되고, 언니 동생들이 한국에 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부모님의 경우 1년 간 머물 수 있는 반면, 형제의 경우 3개월만 머물 수 있어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몹시 슬픈 일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채팅과 전화통화 역시 쉽지 않다. 쥬디 씨의 고향은 벼농사를 주로 짓는 '라운욘'이라는 시골마을인데, 형제들이 주로 사는 이곳엔 인터넷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전화 역시 요금할인이 되는 지역이 아니어서 목소리를 듣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쥬디 씨는 "친정 형제들을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며 "그래도 착한 남편과 예쁜 딸과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새색시답게 집안 곳곳은 알뜰살뜰하게 꾸며져 있었다. 필리핀에서 가져 온 듯한 전통문양의 액자 등이 이곳이 다문화 가정임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쥬디 씨는 "최근 남편이 몸이 좋지않아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빨리 쾌유할 수 있도록 몸에 좋은 건강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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