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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시인 남편과 '재바른' 소설가 아내⑦ 최영철 시인·조명숙 소설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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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1.01.11 15:55
  • 호수 7
  • 10면
  • 황효진 기자(atdawn@gimhaenews.co.kr)

   
▲ 도요출판사의 책장 앞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웃고 있는 조명숙 소설가와 최영철 시인. 왼쪽 사진은 예술인마을인 '도요림'에 위치한 최영철 시인과 조명숙 소설가의 집 겸 도서출판 '도요'의 작업실.

"어깨에 이 손 내려요. 누가 보면 평소에 안하던 짓 한다고 닭살이라 안하겠습니까." 조명숙 소설가가 쑥쓰러운 듯 최영철 시인에게 면박을 준다. 카메라 앞에 선 조명숙이 긴장할까봐, 최영철이 그의 어깨에 올린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여 간지럼을 태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면박을 들은 최영철은 말없이 웃으며 손을 내린다. 면박을 준 쪽도 들은 쪽도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는데, 그 얼굴이 참으로 비슷하다.

소설을 쓰는 조명숙과 시를 쓰는 최영철. 두 사람은 30여 년을 함께 살아 온 부부이다. 부산 문단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들은 지난해 7월 김해 생림면 '도요림'에 입주했다. 이웃에는 연출가 이윤택, 인제대 국문학과 엄국현 교수, 연희단거리패 배우 김소희와 남미정 등이 살고 있다.
 

   
 
이들의 집 문패에는 두 사람의 이름 대신 '도서출판 도요'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최영철 시인이 이곳의 '책임편집인'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집 한 켠에 마련된 방 한 칸. 컴퓨터 한 대와 2인용 소파, 그리고 책꽂이 두 개에 가득 꽂힌 책들이 방 한 칸짜리 출판사 도요의 전 재산이다.
 
"여기는 한국에서 가장 작은 출판사이자 아름다운 출판삽니다."
 
최영철 시인의 말이다.
 
사실 이들이 조명숙 소설가의 고향인 김해에 들어온 것은 2006년이었다. 마사리에 작은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일생의 대부분을 농사와 상관없이 살아가다가 제대로 일을 하려 하니 얼마나 막막하고 힘들었을 것이며, 무사히 수확물을 거두었을 때는 또 얼마나 설레고 기뻤을 것인가. 지난해 10월에는 이런 경험을 담아 '영철이하고 농사짓기'라는 책을 함께 펴내기도 했다.
 
지금은 '문학'이라는 큰 숲 안에서 각자 소설과 시라는 길을 걷고 있지만, 두 사람의 첫만남을 주선한 것은 본래 '시'였다. 시인을 꿈꾸던 스물두 살 '청년 최영철'이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만났고, 그 시를 쓴 사람이 바로 조명숙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노랫말처럼 '본능적으로' 운명에 이끌렸던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도 두 사람은 가장 좋은 '문학적 동지'이다. 결혼생활 때문에 작가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조명숙에게 타자기를 쥐어주고 소설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도운 사람은 최영철 시인이었다. 또한 조명숙 소설가는 "남편이 진솔하고 꾸밈없는 시를 쓴다는 믿음이 한결같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서로를 '훌륭한 작가'로 인정하는 동시에 진정한 인생의 반려자로 신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사람이 쓴 작품에서는 서로 유사한 점들이 눈에 띈다. 우선,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탐구해 전반적인 '삶'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최영철 시인의 시를 읽어보자. '아이들 뜀박질이 앞장서고 우렁찬 구령이 뒤따르고/호룩호룩 추임새에 펑펑 터지던 환호성들/호루라기 이제 싱그러운 가슴팍이 아니라/늙고 병든 저 할머니 머리맡에 걸려 있네/좋은 시절 다 보낸 빈털터리/할아버지 발치에 놓여 있네/호루라기 소리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 때 있었지'('호루라기' 일부) 조명숙 소설가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죽음이 삶의 전체가 아니라 한 부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현이는 하고 있었다. 아이는 제 분신이 아니라, 삶이 끊임없이 죽음과 아슬아슬 교차하다가 정면충돌로 그것과 합해지는 것임을 가르치려고 환영처럼 나타났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단편 '미즈 맘(Ms.Mam)' 중)
 
또한 지역의 특수성에 천착한 글쓰기를 시도한다. 조명숙이 <거기 없는 당신>에서 '동보서적'과 '쥬디스 태화' 등 지역의 곳곳을 소설로 끌어들였다면, 최영철은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을 통해 보다 본격적으로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이들 부부가 지역 문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에서 벗어나 '생활인'으로서의 두 사람은 정반대이다. 최영철 시인은 '모든 창의적인 것의 밑천은 게으름이 아니겠는가'라고 스스로 이야기할 정도로 '게으름 예찬론자'이다. 반면 조명숙 소설가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정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말도 빠르다. 이는 아마 두 사람의 본성이 이렇게 타고 났다기보다, 삼십여 년 간 '주부'로 살아온 조명숙의 이력 때문일 것이다.
 
도요에서 '맛있는 책읽기'를 끝내고 녹초가 된 조명숙이 "아이고, 죽겠다. 점심도 못 먹고 하루 종일 일했네. 내일은 또 제사준비 해야되는구만"하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그러자 옆에서 듣던 최영철이 "그게 다 여자로 태어난 이상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다"라고 슬며시 웃으며 눙친다. 두 사람이 함께 '맛있는 책읽기'를 준비했는데도 한 사람만 숨 돌릴 틈을 찾고 다른 한 사람은 여유만만하니 그 모습이 재미있다.
 
그래도 이들은 금슬 좋은 부부이다. 최영철 시인은 시 '쑥국-아내에게'에서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다음 생애 딱 한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온갖 감언이설로 그대 꼬드겨/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라고 고백한다. 덕분에 주변사람들로부터 질투 아닌 질투를 사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두 사람에게는 '이름' 한 가지가 더 붙었다. 소설가-시인, 아내-남편…. 여기에 '할머니-할아버지'가 추가됐다. 이들은 손녀를 얻게 된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조명숙 소설가는 "할머니 되니까 진짜 너무 좋네" 하며 연방 웃음을 터뜨리고, 최영철 시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신기하고 딸이 자랑스럽다"는 글을 남겼다.
 
다시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조명숙과 최영철을 본다. 서로 마주보고 또 웃는데, 눈이 살짝 반달처럼 휘어지는 모습이 똑같다. 문학적 동지이자 인생의 좋은 벗으로 살아온 세월이 그 눈웃음에서 고스란히 보이는 듯하다.


■ 최영철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1984년 무크지 '지평'과 '현실시각' 등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데뷔했다.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연장론>이 당선됐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도서출판 지평, 월간 <부산여성>, 계간 <외국문학>, 월간 <문학정신>, 월간 <현장저널> 편집장, 계간 <문학지평> 편집위원, 도서출판 빛남 편집주간, 계간 <관점21> 주간 등으로 일했다.
 
1997년부터 10년 동안 부산예술문화대학 문예창작과 강사와 부산외국어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겸임교수를 맡았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 이사와 부산 작가회의 부회장, 계간 <문학과경계><작가와사회>편집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위원 등을 역임했다. 2000년 시집 <일광욕 하는 가구>로 백석문학상을, 2010년 <찔러본다>로 최계락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그림자호수> <호루라기>,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등이 있다.
 
   
 
■ 조명숙은...
 
1958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당선됐고,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창작집 <헬로우 할로윈><우리동네 좀머씨><나의 얄미운 발렌타인><바보이랑><농담이 사는 집> 등을 펴냈다. 또한 아내들을 위한 연시집 <하늘 연인>을 엮기도 했다.
 
2005년 제10회 황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06년 장편동화 <누가 그랬지?>로 제14회 창작동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다.
2010년 단편 <조용조용 말해>로 제15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사진촬영 = 박정훈 객원사진기자 pungly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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