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나라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만나본 한국인들은 대부분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 모습도 좋아 보였어요."
 
동상동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자빌론 베크(30) 씨의 말이다. 그의 첫 인상은 훈훈했다. 주위로부터 가끔 배우를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 그이지만 그저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하는 말로 치부하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20㎡ 남짓한 사무실에서 우즈벡 이주 노동자 등을 상대로 항공권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주 노동자였다.
 
"지난 2007년에 처음 한국에 왔으니까 이제 5년 정도 살았습니다. 그 중 3년은 주로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배를 만드는 대우조선에서도 일했고.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됐어요.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육체적으로 조금 덜 힘들다는 점에서 삶이 조금 나아진 것도 같아요. 고향 가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어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그의 직업은 회계사였다. 돈을 더 벌어보려는 요량으로 한국행을 선택했던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삶이 바뀌었다.
 
"길에서 처음 아내를 만났어요. 제가 길을 물어봤는데 (아내가) 가는 방향이 같다며 함께 걷기 시작했어요. 길 안내를 받고 헤어지는 길에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그것이 인연이 됐습니다. 오는 9월엔 아빠가 됩니다. 너무 기뻐요. 아내와 아이를 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야죠. 어깨가 무거워요."
 
오랜 기간 다른 문화권에서 살았던 그이기에 스치는 김해거리의 풍경과 한국인들의 모습이 때로는 잘 이해되지 않기도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죠. 한국에 왔으니까 한국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어요. 늦게 귀가하는 학생들을 자주 보게 되거든요. 남학생은 물론 여학생까지 어두운 거리를 활보합니다. 심지어 담배를 피우고 애정 행각을 벌이기도 해요. 누구나 자유로울 권리는 있지만 이런 모습은 아니라고 봐요."
 
무슬림인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우즈벡에서는 약국에 가거나 딸을 마중 나가는 경우처럼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늦은 밤 외출을 자제합니다. 제가 무슬림이고 고리타분해서 드리는 말씀이 절대 아닙니다. 한국의 문화를 충분히 존중하고 있고요. 하지만 부모라면 내 자식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떤 상태인지 더 챙겨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에 한 번은 택시기사에게 학생들이 왜 저러는 거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이 선진국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답이였다. 자빌론 베크 씨는 아직도 그 뜻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자빌론 베크 씨는 직업 특성상 한국과 우즈벡을 자주 왕래한다. "예전보다 한국에서 일하는 우즈벡 사람들이 늘었어요. 우즈벡에서도 한국산 제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 두 나라의 관계가 점점 밀접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한국어능력시험을 통과하면 대학에서 국제무역을 배울 계획이에요. 나중엔 두 나라를 오가면서 무역업을 하고 싶습니다." 자빌론 베크 씨가 10년 뒤 가족과 꿈꾸는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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