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1학년 때 본 물레작업에 마음을 빼앗겨 도예가의 길을 걸어 온 강길순 씨.
서울산업대 편입 도자기 공부 계속
결혼하면서 진례에 '예원요' 열어

이야기가 있는 그릇 만들어 달라는
오빠의 아이디어로 만든 작품 대상
남편 외조가 작업에 큰 힘이 돼

 


"대학 1학년 때 물레 작업을 처음 보고 반해버렸답니다."
 
'분청십장생반상기set'로 제42회 경상남도 공예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해 '예원요' 대표 강길순(41) 씨의 말이다. 예원요를 직접 방문해 강길순 씨가 도자기와 인연을 맺은 이야기, 대상 작품 제작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언제부터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나
 
경북 봉화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안동 가톨릭상지전문대 공예디자인과(현재 응용미술과에 흡수)에 진학했다. 오빠도 대학 진학을 해야 할 때라, 어머니가 나더러 전문대를 가라고 해 별 생각없이 갔다. 마음속으로는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기자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강의에도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1학기가 끝날 무렵 도예가였던 이희복 교수님이 물레 작업을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완전히 빠져들었다. 이론 수업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공예디자인쪽으로는 전통이 있는 과라 좋은 선배들도 많았는데, 선배들 심부름도 하면서 옆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이희복 교수님의 지도로 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산업대학교 도예학과로 편입해 도자기 공부를 계속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인가
 
졸업 후 경기도 이천의 도자기마을 '사기막골'에서 도예체험교실을 열고 있는 선배 밑에서 강사로 몇 년간 일했다. 도자기 위주로 상가도 형성돼있던 곳이라 도자기를 배우러 오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강사로 일하다 보니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은 못하고, 다른 사람 작업을 도와주는 형국이 돼버렸다. 자기발전이 없는 시간이 계속 돼 그만두고 싶을 즈음 남편과 결혼해 김해로 왔다.

-김해로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가족들이 부산으로 이사를 와 있었고, 남편(임동호·43)의 직장이 양산이다. 결혼 전에 점을 봤는데, '남편 따라 김해가면 본인이 잘 될 것이다'라는 점괘가 나왔다. 그 말 믿고 내려온 거다.(웃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도자기 작업을 위해 1999년 진례에 신혼집과 요장을 구해 내려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남편이 양산으로 출퇴근하면서도 나를 많이 도와준다. 내가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 손에 맞게 도구도 만들어 줄 정도이다. 이번에 대상을 받은 작품에 새겨넣은 십장생 문양도 남편이 인터넷 검색을 하며 찾아준 많은 자료가 도움이 됐다.

-이번 대상 작품의 아이디어를 오빠가 냈다고 들었다
 
오빠(강희호·44)는 대구에서 오리보쌈 식당을 하고 있다. 오빠가 음식만 담는 그릇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고 정성이 가득한 그릇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 그릇을 만드는 동안 아이디어가 더 구체화됐고, 작품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대상을 받고 난 뒤 오빠에게 전화를 했더니, 경상도 남자 특유의 반응을 보였다. "어, 그렇나. 어, 진짜. 와우, 대단한데. 알았다. 사진 보내 봐라"는 말뿐이었다. 그래도 동생을 자랑스러워 하는 오빠 마음이 느껴져서 든든했다. 대상이라는 표식이 붙은 작품을 폰으로 찍어 바로 전송했다.

-오빠가 대학 가야 하니까 전문대 가라고 했던 어머니는 지금 뭐라고 하시나
 
처음엔 내가 무슨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잘 모르셨지만, 지금은 너무 좋아하신다.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 온 동네에 자랑하셨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어머니의 결정이 운명적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어머니는 다니는 절의 주지스님께 선물해야 한다며 찻잔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축서사'라고 봉화에서는 큰 절이다. 주지 스님이 예원요라는 이름과 우리 아이들 이름도 직접 지어주셨다.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아 절 법당에 모신 부처님 양 옆에 놓을 큰 도자항아리 두 개도 만들어 드리려 하고 있다. 정성을 다해 작업 중이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인연이 계속 되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어머니의 결정, 이희복 교수님과의 만남,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남편, 나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김해, 모든 것이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대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나보다 좋은 작업을 하는 선배님들이 김해에 많은데' 하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내가 하는 작업이 인정받았다, 내가 이 일을 계속 되는구나 하는 마음만 가슴에 담고 더 노력하겠다. 전통과 현대를 접목하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 순간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작품으로 만들어 갈 생각이다. 남편이 많이 도와줘서 지금까지도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작업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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