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규 해광병원 진료부장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김임규 해광병원 진료부장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조현병으로 입원 치료 중인 30대 A씨는 퇴원을 앞두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퇴원을 하더라도 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10년 동안 입, 퇴원을 반복하면서 변변한 직업을 가지기 힘들었고 지금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A씨는 자신의 병에 대한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주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힘들어합니다. 지난번 퇴원 후에도 일상 생활 및 대인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A씨의 어머니 또한 걱정이 많습니다. 아들이 퇴원을 하면 낮 동안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병 전에는 활발한 성격에 성실하여 어디 손 하나 댈 것 없는 아들이었지만 이제는 아무 것도 하기 싫어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줘야 해 답답할 노릇입니다. 어떻게든 아들을 고쳐 보고자 노력했던 어머니도 점점 지쳐 이제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이제 A씨와 어머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의 사례에서 우리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고민을 알 수가 있습니다. 
 
정신질환의 치료는 크게 급성기 치료와 이후의 유지기 치료로 나눌 수 있는데, 급성기에는 주로 입원치료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급성기 증상의 호전 이후 유지기에는 사회적응과 재활을 위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퇴원 후 지역 사회로 복귀한 환자들의 적응을 돕고 각자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치료가 부족하면 정신질환자의 재발과 재입원을 반복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질병의 만성화를 유발하게 됩니다. 실제로 퇴원 후 지역 사회로 복귀한 환자들이 증상의 악화로 인해 재입원하게 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퇴원 후 지역 사회 적응과 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급성기 치료 후 환자가 갖고 있는 능력과 잠재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퇴원 후 원활한 사회적응을 위해서 포괄적인 정신사회직업 재활치료를 시행하며, 환자의 가족이 겪게 되는 경제적 문제나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치료적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법에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 부분입원 등이 있는데, 부분입원의 대표적인 형태가 낮병원(day hospital)입니다. 
 
낮병원은 입원치료와 외래치료의 중간 형태인 부분입원의 한 유형으로써, 하루 중 일정시간 (주간 6시간 이상) 동안 병원에서 재활프로그램 등의 치료와 재활 과정에 환자를 참여하도록 하는 치료 방법입니다. 즉, 낮시간 동안만 정신사회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출퇴근 형식의 입원치료입니다. 급성기 입원 치료 후 증상이 회복되어 퇴원은 가능하지만 퇴원 후 안정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거나 일상생활 및 대인관계 능력 향상을 통한 학업이나 취업 등의 사회복귀를 원하는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입니다. 조현병이나 양극성 정동장애와 같이 재발이 잦은 정신질환은 약물을 복용하는 것과 함께 환자가 스스로 증상을 관리하고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시키는 재활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적절한 대인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며, 자신감을 상실하고,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등 심리적,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환자들은 누구나 낮병원 치료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낮병원에서는 이들이 재발의 위험을 줄이고, 지역사회로 되돌아가 재적응하는 과정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적절한 대인 관계를 유지하고 일상적인 독립 생활 및 직업재활을 준비하도록 일관되고 연속적인 재활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낮병원은 누가 이용할 수 있을까요? 정신질환의 급성기 증상은 어느 정도 호전되었지만 잔류 증상 및 일상 생활의 기능 저하로 인해 여전히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환자들은 누구나 낮병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낮동안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려 한 채 집에만 있으려 하거나 무기력하고 의욕 없이 지내는 환자들도 낮병원을 통해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낮병원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하게 되나요? 낮병원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 전문 치료진이 개인 또는 집단 활동을 통해 필요한 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낮병원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첫 번째, 대인관계 기술증진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환자들은 사회기술훈련, 인간관계훈련, 스트레스 관리훈련 등을 통해 의사소통 및 자기표현력을 키우게 됩니다. 두 번째는, 약물증상 관리 프로그램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정신질환 바로 알기, 올바른 약물 관리 방법 등을 학습하여 환자 스스로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세 번째 프로그램은 일상생활 훈련입니다. 환자들에게 웰니스 교육, 금전관리, 요리, 위생관리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훈련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교육합니다. 네 번째 프로그램은 직업생활 훈련입니다. 이 훈련을 통해 취업준비교육 및 여러 기관과의 연계 과정을 통해 맞춤형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마지막은 취미, 여가생활훈련 프로그램입니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운동 및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통해 환자들의 활동량을 증가시키고, 여가 생활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낮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도 낮병원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과 환자들의 자기 효능감과 삶의 질이 증진되며 낮병원 이용이 정신과 환자들의 치료 충실도를 높인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낮병원을 통해 환자들은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힘들 땐 기대어 위로 받고 안정감을 얻어, 앞으로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약물 치료 이후의 재활 치료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A씨와 어머니는 주치의와 상담 끝에 퇴원 후 낮병원을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두렵고 힘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환자들과도 어울리게 되고 점점 자신의 이야기도 편하게 꺼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의 병에 대해 더욱 이해하게 되었고 앞으로는 더욱 더 스스로 관리가 필요하다 생각하여 일상 생활 활동도 늘어난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관심사를 알게 된 A씨는 직업재활훈련을 통해 과거 꿈꾸었던 일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항상 병 때문에 숨어있고 움츠려 있던 A씨는 이제 한발짝 더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행운처럼 다가올 A씨의 봄날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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