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만점에 70점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아구스(40·생동면 나전리) 씨가 자신의 한국생활에 대해 평가한 점수이다. 고향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지만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고통이 커 삶의 점수를 70점이라고 여긴단다.
 
그의 고향은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이다. 인도네시아의 최대 도시이고 천연자원 수출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해오고 있지만 고향에서의 삶은 그리 여유롭지 못했다. 특히 두 아들이 대학과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가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오순도순 살던 정든 고향을 떠나게 된 이유였다.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 이런 저런 걱정이 있었습니다. 무사히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가족들의 얼굴도 떠올라 속으로 많이 울었어요. 그나마 지금은 부담이 덜한 편입니다. 뭐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잖아요. 변한 건 없는데, 그저 단단해졌습니다."
 
지난 2006년에 한국에 왔으니 올해로 꼭 6년이 됐다. 한국에서의 6년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먼저 아버지로서의 입지가 두터워졌다는 게 아구스 씨의 생각이자 자랑이다. 비록 가까이에서 보살펴주지는 못하지만, 경제적으로 가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기쁨이다.
 
6년차 이주노동자인 아구스 씨가 한 달 받는 월급은 160여 만 원 정도. 잔업이나 시간외 근무를 많이 하는 달에는 180만 원 넘게 벌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월급이 처음보다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
 
회사로부터 급여가 입금되면 가장 먼저 은행을 찾는다. 가족들에게 송금하기 위해서다. 고향으로 돈을 보내는 그는 남은 돈 50여 만 원으로 한 달 생활을 꾸려간다. 숙식을 회사 기숙사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그 정도 돈으로도 살아갈 수가 있단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식습관도 바꿔놓았다. 처음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매운 음식을 곧잘 먹는다.
 
하루 일은 쉽지가 않다. 오랜 시간 쌀농사를 해온 덕에 고된 일에 익숙한 그이지만 때로는 근무시간이 길어 지루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른 여유를 즐기기 힘들다는 것이 쉽지 않은 고민이다.
 
"한국에 온 이유는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다고 돈만 벌고 싶지는 않아요. 공부도 하고 싶고, 여가시간도 즐기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될 때가 많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크게 몇 가지가 있지만 높은 물가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일값이 참 비싼 것 같아요. 그래서 과일을 사먹을 수가 없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것들이 많아 자연 움츠러들게 됩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한국생활이 더욱 즐거워질 것 같아요."
 
아구스 씨는 돌아가면 다시 농사 일을 할 계획이다. 지금보다 더 넓은 땅에서 쌀농사를 짓고, 생산된 쌀을 내다팔아 생활을 꾸려가겠다는 것이다.
 
"그날이 빨리 와야 할 텐데 아직은 멀게 느껴집니다. 어느덧 40세가 됐는데 시간이 정말 빨리 가요. 30대의 많은 날들을 가족과 떨어져 살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으니까 그런 날이 빨리 올 수 있길 기대하는 건 당연하겠죠."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에서 뽑은 명세표를 손에 든 그는 다시 일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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