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카페 '부뚜막 고양이' 실내 모습. 벽면의 그림들과 고양이 그림 등이 이채롭다.

김해시 부원동의 '부뚜막 고양이'. 분명히 식사와 음료를 파는 곳인데, 분위기가 심상찮다. 한쪽 벽면은 직접 그린 듯한 그림으로 덮여 있고, 반대쪽에는 흑백사진이 담긴 액자 여러개가 나란히 걸려 있다. 손님들은 바(Bar)에 앉아 차를 마시며 주인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히 '분위기 괜찮은 밥집'이라고 하기에는 수상한 구석이 많다.
 
사실 이 곳은 밥집이라기보다 '문화카페' 혹은 '대안문화공간'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상태다. 운영자인 노주현(43)씨와 김혜련(41)씨가 '부뚜막 고양이'를 연 것은 2009년 9월. 처음에는 북카페로 시작했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고정식사메뉴를 만들고, 김 씨가 그린 그림 등으로 공간을 채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부뚜막 고양이'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도 알게 되는' 문화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문화공간답게 이벤트도 많다. 우선 매달 전시회를 연다. 지난 3일부터 오는 29일까지는 '금빛미소, 그리움에 물들다'라는 주제로 사진작가 김용주의 작품 몇 점을 전시하고 있다. 오는 2월부터 설치작가 최인호와 윤석남, 화가 홍빛나 등의 작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한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어거스트 러시' '원스' 등을 봐왔다. 영화를 비평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가볍게 나누는 모임이기에 부담감도 없다. 이 밖에 자주 놀러오는 문화예술인들과 뭉쳐 '부뚜막 옴니버스 콘서트'를, 살구놀이·제기차기·피구 등 실내외에서 할 수 있는 게임들을 다양하게 준비해 '운동회'를 열기도 했다.
 
지인을 따라 이 곳에 왔다가 단골이 됐다는 김명훈(43) 씨는 "처음 '부뚜막 고양이'에 왔을 때,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분방함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림이 가득한 공간, 처음 보는 이와도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운영자의 모습 등이 그렇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양형심(43) 씨 또한 "지난 옴니버스 콘서트 때, 생전 처음 성악을 직접 들어봤다"며 "김해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이 곳 말고 또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뚜막 고양이'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과 손님의 경계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단골인 김명훈 씨와 양형심 씨는 작년 12월에 열린 '겨울바다… 그 흡연의 기억'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몇 명만 모이면 종종 즉석 콘서트가 벌어지기도 한다.
 
김혜련 씨는 "'부뚜막 고양이'를 그저 '문화가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을 하기 위해 이 곳에 온다'고 느끼기보다는, '와보니까 즐거운 곳'으로 기억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전시든 뭐든, 그냥 항상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이 곳에 와서 누구나 즐거울 수 있다면 그걸로 좋은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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