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택견명인 최고수전에 출전한 서정구 선수가 파리 에펠탑 앞에서 늠름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김해택견본부전수관에서 시작
중학교때부터 10년간 계속 수련

'상생공영의 철학' 기본정신 배워
택견의 우수함 세계에 알리고 싶어
택견 주제로 한 뮤지컬 연출 꿈꿔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고유의 전통무술인 택견이 최근 해외에서 대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30일, 프랑스 베르사유 몽블랑 체육관에서 제1회 세계택견명인 최고수전이 진행됐다. 이날 대회에는 국내 예선을 통과한 8명의 성인 택견선수들이 출전했다. 출전선수 중에는 김해시택견연맹(회장 민병철)에 소속된 서정구(23·인제대 사회체육학과 3년) 선수도 있었다.
 
서 선수는 지난해 대한택견연맹이 주최한 천하택견명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해, 이번 최고수전에는 예선을 거치지 않고 바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지난 8일 프랑스에서 귀국한 서 선수를 만나, 현지 분위기와 앞으로의 포부 등을 들어봤다.
 
"우리나라 전통 무술인 택견이 외국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지난달 29일에 프랑스로 출국해서 지난 3일까지 베르사유궁전 앞, 몽마르트언덕 등 프랑스 지역 곳곳에서 택견 시연을 했습니다. 매번 많은 인파가 몰렸고, 박수갈채도 쏟아져 나오는 등 호응이 대단했어요. 경기 당일 체육관에는 베르사유 시장을 비롯한 주 유네스코 대사, 프랑스 체육인사 등 많은 외국 인사들도 참석해 우리의 경기를 관람했죠. 비록 저는 8강에서 떨어졌지만, 홍보사절단으로 해외에 택견을 알리고 올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뿌듯합니다."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를 가진 서 선수는 중학교에 입학한 2002년부터 김해택견본부전수관(관장 문종규)을 다니며 택견을 배웠다.
 
"택견을 배우기 전에는 다른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요. 중학생 때는 또래에 비해 키도 작고 왜소했었지요. 평소 친한 형이 택견을 권해서 함께 택견수련관에 가봤죠. 흰색 한복을 입고  '이크', '에크' 추임새를 넣으며 춤추듯 리듬을 타는 선수들의 모습이 처음엔 너무 우스웠어요. 저는 스스로 운동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고, 부모님도 반대를 하셨기 때문에 택견을 금방 그만둘 줄 알았어요. 헌데, 저랑 이 운동이 잘 맞나 봐요. 택견을 수련한지 벌써 10년이 됐네요. 저와 함께 택견을 배워 인제대에 입학한 후배들도 5명이나 돼요. 후배들과 함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김해시와 인제대가 택견으로 명성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해에는 현재 3곳의 택견수련관이 있다.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김해의 성인 택견선수는 3명. 남자 선수로는 서 선수가 유일하다. 서 선수가 10년 동안이나 이 운동에 매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장비 없이 신체만을 사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무술이나 스포츠 중에서도 택견은 가장 정신수양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에요. 택견의 기본정신에는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상생공영의 철학'이 담겨있어요. 신체에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 택견의 기본원칙이죠. 저는 이 정신이 마음에 들었어요. 내년에 제가 군대를 가는데요. 제대하면 장애인들에게 택견을 가르치면서, 택견 전수자의 길을 걸어볼 생각입니다."
 
택견은 격투기 중 가장 부상이 적은 운동이다. 또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하체를 튼튼하게 해 60~70대 어르신들에게도 인기 있는 운동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택견의 우수성을 알리고 나아가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고 밝힌 서 선수는 지도자 외에도 색다른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저는 2006년과 2008년 가야문화축제에서 선보였던 뮤지컬 '제4의 제국'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김수로왕의 호위군사 역할이었는데, 택견 동작을 무대에서 선보였죠. 그 당시 김해시민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택견 장면을 너무 좋아하더군요. 그때 결심했어요. 무술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점프'처럼 언젠간 택견을 뮤지컬 무대에 올려보겠다고요. 후배들을 양성하면서 동시에 택견을 소재로 한 뮤지컬의 연출가로 활동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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