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김해를 찾은 록 반두 칼키(35·네팔) 씨는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 중인 사람이다. 세계인들에게 '평화'라는 두 글자를 전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여행을 시작했는데, 이미 83개국을 방문했고, 여든 네번째로 한국 그리고 김해를 찾았다. 자전거 앞에 달아둔 '월드 피스 투어 2004~2013'이란 팻말에서도 그의 여행목적을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칼키 씨가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된 계기는 '내전' 때문이었다. 이웃이 이웃을 죽이고 죽임을 당한 이웃이 가족의 복수를 위해 이웃에게 총을 겨누는 고통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는 '평화'를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그는 8년 전 자신의 땅을 처분했고 수중의 9천 달러(한화 1천여 만원)로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그만두었다.
 
2개국 정도를 여행하고 나니 여행자금은 금세 바닥을 보였다. '여기에서 포기해야 하나' 좌절하고 있을 때 동조하는 이들이 생겼다. 각국의 네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를 지원하는 이들이 생겼고, 내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 역시 그를 지원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났고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이티, 수단, 콩고,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그 수를 열거하는 데만 해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정도로 많은 나라를 다녔고, 평화의 중요성을 알렸다.
 
"세계는 지리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얼핏 많이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게 하나 있습니다. 모두가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평화를 꿈꾸고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평화가 지속되어야만 인간성을 지켜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둑질과 강도, 성폭력, 살인, 뇌물, 부패, 공갈, 총성, 자폭테러가 없어져야 비로소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다.
 
'평화와 인류애를 위한 자전거 여행이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효과를 명확히 할 수는 없지만 자부심은 갖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전쟁이 현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 평화와 인간성 회복이 중요하다는 칼키 씨의 글.
그는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이후 여러 국가를 다녔고, CNN(미국 방송사), BBC(영국 국영방송사) 등과도 인터뷰 했다. 자전거 여행 때문에 전쟁이 줄어든 것은 아니겠지만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려는 마음이 세상에 전해진 것 같아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해를 찾은 그는 자전거로 이곳 저곳을 여행했다. 여행 중 느낀 김해에 대한 이미지는 평화로움이었다.
 
"서울처럼 노숙자가 많지도 않고 비교적 평화로웠습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앞으로입니다. 평화가 유지되려면 각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거든요.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서로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데 급급하면 평화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그의 계획은 당초보다 2년 연장됐다. 153개국을 방문하는 것이 그의 목표인데 일정을 앞당겨도 앞으로 최소 3년이 더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를 꼭 환영해주는 것만은 아니었어요. 이미 내전이 휩쓸고 간 지역을 찾은 적이 있는데 '왜 이제야 왔냐' '이미 고통 받고 있는데 당신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가슴을 치기도 하더군요. 평화에 대한 깊은 갈망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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