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제6대 김해시의회의 전반기 의정활동이 끝나자마자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을 만났다. 2년간의 활동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기자는 그들로부터 '우리 시의회에는 여야가 따로 없는 '김해시민당' 의원들 뿐'이란 말을 이구동성으로 들었다. '김해시민당', 그러니까 초당적 의정 활동을 한다는 얘기였다. 그 자부심은 훈훈했다.
 
그런데, 그 표현이 공허한 정치적 수사란 사실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김해시의회는 후반기를 맞아 처음으로 '의장단 사전 후보등록제'를 도입했다. 여야의 역학관계나 사전 공모(논의?)보다는 등록 후보에 대한 질적 평가와 인물 됨됨이를 봐서 의회를 이끌 사람들을 뽑자는 뜻이었다.
 
시의회는 현재 새누리당: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의원이 각각 10:8:2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여야가 균형을 이룬 황금분할 구도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 의장 자리를 놓고 10명의 의원이 세포분열을 하더니, 야권도 잇따라 각개전투에 나섰다. 황금분할 구도에 금이 간 것이다. '김해시민당'을 외치던 여야의 정객들은 기러기처럼 어디론가 몽땅 날아가 버렸다.
 
새누리당의 한 시의원은 "전반기 의장 선거 때 약속한 게 있는데, 이를 무시하면 인간도 아니다"는 험한 말을 내뱉었다. 같은 당의 다른 시의원은 "누군가(?)가 너무 욕심을 낸다. 이번엔 내가 할 차례다"며 의장직 번호표를 들고 새치기를 막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야권은 어땠을까? 민주통합당의 한 시의원은 "저쪽(새누리당)이 분열하니까 딱히 한 후보를 밀어주기 어렵다. 초·재선을 떠나 야권 시의원 모두가 의장단에 나가자"라며 확전 의지를 보였다. 시의원들 간의 인신공격과 마타도어는 모리배들의 그것과 흡사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시의원들은 어느새 '김해시민당'을 잊은 채 각자의 당에서 밥과 술을 먹고 회의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놀라운 건 이 기간동안에는 후보로 나선 시의원들로부터 '시민'이라는 두 글자를 좀처럼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서민살림이 어렵고, 대형마트 탓에 지역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태롭고, 경전철 때문에 시가 재정파탄에 처할 처지에 이르렀는데도, "'시민을 위해서'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나왔다"는 목소리는 찾을 길이 없었다.
 
오히려 조례안 발의, 5분발언, 시정질의 등의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몇몇 시의원들은 "(의장단)선거때 그런 평가결과는 아무 '씨잘데기' 없다"는 동료들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마침내 선거는 끝났고 후반기 의장단, 상임위원장들이 새로 구성됐다. 다시 그들을 만났다. 저마다 포부는 당당했고, 각오는 당찼다. 누가 시킨 걸까? 인터뷰 끝에 언젠가 들었던 돌림노래가 다시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전 기자! 우리는 여야를 초월해 '김해시민당'의 시의원들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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