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식사자리에서 만난 경찰관 A씨는 고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담배 두 개비를 연거푸 태웠다. 어떤 고민이 있는 걸까? 어렵사리 털어놓은 경찰관 A씨의 사연은 이랬다.
 
지난 5월 취임한 김기용 경찰청장은 최근 '장기근무자 순환근무제'를 내놓았다.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실시되는 이 인사제도는 경찰의 토착비리 등의 부패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김해에서도 10년 이상 근무한 28명의 경찰관들이 순환인사 대상에 포함돼 양산·밀양·진주 등지로 인사발령이 날 예정이다. 경찰관 A씨도 그 대상자에 포함돼 다른 지역으로 곧 발령이 날 예정이어서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현재 김해중부서의 순환인사 대상자는 21명, 김해서부서는 7명이다. 김해중부서의 경우 장기 근무자가 많은 반면, 신설 서인 김해서부서는 상대적으로 적어 동일지역 내 교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대부분은 타 지역 발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해중부서의 경우 발령 예정자의 절반 정도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발령을 유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모를 모시고 있다는 경찰관 A씨는 "오랫동안 김해에 거주해 왔기 때문에 부모님과 자녀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인사발령이 나면 가족을 김해에 두고 먼 거리 출퇴근을 하거나 혼자 떨어져 살아야 할 판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경찰관들의 반응도 엇비슷하다. 지금까지는 타 지역으로 전출된 경찰관의 경우 자신이 원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징계를 받아 인사이동돼 왔기 때문이다.
 
한 경찰관은 "왜 매번 수장이 바뀔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펼쳤다가 임기 말이 되면 언론의 뭇매를 맞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그럴 때마다 피해는 일선 경찰관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데, 이런 탁상행정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의 부패를 차단하겠다는 경찰청장의 의지는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10년 이상 한 지역에서 일해 온 베테랑 경찰관들을 다른 곳으로 보낸다면, 치안공백이 발생하고 경찰관들의 사기도 저하될 것인데, 이런 부분도 진지하게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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