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김해영업부에서 외국인들의 송금·환전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 나르기자(33·우즈베키스탄) 씨를 만난 것은 지난 18일 오후 6시께였다.
 
퇴근길 지하철을 타기 위해 경전철 부원역으로 가는 길에 그를 우연히 만났고, 그는 먼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처음엔 그가 누구인지 전혀 알아보지 못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처음 만났던 장소가 떠올랐다. <따로 또 같이>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자빌론 베크 씨가 일하는 동상동의 한 항공여행사였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는 <따로 또 같이>의 초대 손님이 되어 주었다. 또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마음에 담아 둔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김치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 2006년 한국에 온 새댁 나르기자 씨는 발효되고 있는 김치를 보고 처음엔 상한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쉰 냄새를 맡은 직후 김치통을 집밖에 내다버린 것이다. 이를 지켜 본 나르기자 씨의 남편은 펄쩍 뛰었다. 남편은 '이건 이렇게 먹는거야'라며 버려진 김치통을 다시 집안으로 들였고, 직접 먹는 시범도 보여줬다. 나르기자 씨는 그 순간 "우리 남편 배가 많이~아프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그는 지금 김치 애호가이다.
 
마음에 담아 두었던 또 다른 이야기 하나는 남편과 시어머니에 관한 것이다. 아들의 교육문제에서 의견이 서로 달랐다.
 
나르기자 씨는 이제 일곱살인 아들에게 우즈베키스탄 말을 가르쳐주고 싶었고, 남편과 시어머니는 이를 반대했다. 이 같은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이유는 약간의 서운함 때문이다.
 
"그때엔 아마도 '외국 애가 뭘 알겠어', '살다가 가버리지 않을까' 불안해 하셨던 것 같아요. 믿음도 부족했던 것 같고요. 다행인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우려를 서서히 떨쳐버렸다는 거예요. 지금은 제 의견을 곧잘 들어주세요. 아들에게 우즈베키스탄 말도 가르치고 있고요."
 
문화적 차이는 나르기자 씨가 늘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는데, 부부 모임에서도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르기자 씨는 "부부 모임 식사 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남녀가 각각 다른 테이블에서 먹는다. 또 상대방에게 먼저 권한 뒤 먹는다. 첫 부부 모임 때 그런 배려가 전혀 없어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경남은행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인 동시에 기쁨이었다. 기존 생활이 닫힌 생활이었다면 새 직장에서의 생활은 열린 생활, 활기 있는 생활과도 같다고 했다.
 
"은행 업무 덕분에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니 꼭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것 같아요. 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송금·환전 업무를 돕고 있는데, 고국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껴요.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또 여러모로 도와주는 경남은행 김해영업부 임직원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해 왔는데, 이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천천히 하라'는 격려가 적응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는데, 그럴 수록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10년 뒤의 계획을 물으니 나르기자 씨는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아들과 남편을 두고 갈 수는 없는 일이라서 그렇다. 나르기자 씨는 "(아들에게 태극기와 우즈베키스탄 국기를 보여주면서) 여기는 아빠 나라고 여기는 엄마 나라인데, 우리 아들은 어디에 살거야 물으면 아들이 아빠 나라라고 한다"며 "아들이 한국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음~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다"고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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