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가 지난 16일 자로 과장급 승진 2명, 6급 승진 13명, 7급 이하 승진 25명을 포함해 170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시 전체 공무원의 약 11%가 이번 인사로 자리를 옮겼거나 업무가 바뀌었다.
 
시는 농업기술센터 과장직 공석으로 말미암은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인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발끈했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반나절 가량 멈춰섰다. 예·결산 안을 설명해야 할 주요 부서의 과장들이 회기 중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의회의 반발은 시가 자초한 것이었다. 시는 잠시나마 의회의 정상적인 예·결산 심의를 흔들어놓았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비난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인사 내용에서도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번에 전보된 A 과장은 지난 3월 초 명동정수장 알루미늄 검출 사태 때 직위해제 됐다. 수도행정의 불신을 초래한 데 대해 책임을 물은 인사였다. 이후 A 과장은 '조용히(?)' 도로과로 발령났다가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도시개발 부서로 옮겼다. 시는 이 과정에서 '해당 부서 또는 직위에 1년 이상 근속한 사람에 한해 전보한다'는 인사규정을 어겼다. 5개월 만에 자리를 옮긴 B, C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인사는 도시개발, 도로·건설·건축, 허가 민원 등을 담당하는 부서에 초점을 맞춘 인상이 짙다. 이들은 대도시 김해의 '행정의 골격과 체질'을 담당하는 부서다. 인사나 예산을 다루는 '알짜' 부서는 아니지만, 김해의 잠재력과 성장동력을 좌우할 수 있는 부서이다. 시의 현재와 미래를 담보하는 부서라는 점에서 전문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에서 이런 기준과 철학이 반영된 것일까? 한 공무원은 "근래 들어 도시개발, 허가 민원, 건축 관련 부서의 경우 '6개월만 버티면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발언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며 "전문성이나 업무 노하우를 쌓으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근무를 해야 하는데 인사가 잦아 마음을 붙이고 일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다음 인사를 예측하기 힘들다 보니 전문성 강화보다는 '문제를 안 일으키고 위에만 안 찍히면 된다'는 분위기가 직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 김해시의 인사는 '윗사람의 의중'만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인식과 관련해, 지역 정가와 공직 사회에서는 김맹곤 시장의 '리더십' 탓으로 돌리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명진물산 대표, 경남개발공사 사장 등 CEO 과정을 거친 김 시장이 공무원을 마치 회사 직원인 양 대한다는 것이다.
 
시의회나 공무원노조가 제동을 걸어야 마땅할 터인데, 이들의 현재 역량으로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사실 어떤 인사든 완벽하기란 어렵고, 모든 인사는 뒷말을 낳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사의 후유증이 공직사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제공하는 행정·공공서비스에 영향을 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인사 파행이 부실한 행정·공공서비스로 이어진다면 시민들도 인사의 간접적인 피해자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인사가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불만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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